朴대통령 혁신 속도전 언급 이후… 현장 방문-민심투어 줄줄이 발표
“갈등 현안 해법 마련부터” 지적
‘일단 뛰고 봐?’
박근혜 대통령의 신년 기자회견(6일)이 있은 지 이틀 만인 8일 오전. 정부 각 부처·위원회에서는 장관·기관장들의 현장 방문, 기자회견 일정 보도자료를 쏟아 냈다.
문형표 보건복지부 장관은 9일부터 순천향대 학생들을 시작으로 기초연금 등 현안에 대한 현장 목소리를 듣는 투어에 들어간다. 김대환 경제사회발전노사정위원장(장관급)은 이날 신년 기자간담회를 열고 임금체계 개편, 정년 연장, 근로시간 단축 등의 현안을 한데 묶어 타결하는 ‘패키지 딜’을 노동계에 제안했다. 최문기 미래창조과학부 장관은 9일 미래부 산하 50개 공공기관장을 정부과천청사로 불러 공공기관 선진화 간담회를 열 예정이다. 또 이동필 농림축산식품부 장관도 같은 날 산하 9개 공공기관장을 불러 공공기관 개혁 방안을 논의하고, 윤상직 산업통상자원부 장관도 9일과 11일 7개 공공기관장을, 유진룡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은 10일 40개 공공기관장을 불러 개혁 방안을 논의한다.
장관들이 솔선해서 현장에 나가고, 고강도 공기업 개혁을 독려하는 것이 나쁠 수는 없다. 문제는 이 자리가 구체적인 해결책이나 타협안 등 ‘솔루션’ 없이 그저 얼굴이나 보고, 할 말만 하는 자리가 될 개연성이 크다는 점이다.
장관들이 짊어진 현안들은 어느 하나 만만하게 해결될 사안이 아니다. 따라서 구체적인 해법 없이 ‘얼굴 보기식’ 만남으로 얻을 것은 거의 없어 보인다. 예를 들어 김대환 노사정위원장이 제안한 ‘패키지 딜’은 노동계가 노사정위에 불참하고 있는 상황에서 실효성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 테이블에도 나오지 않는 상대와 개별 사안에서 사회적 대타협을 할 수 있을까.
이 때문에 해당 부처는 억울할 수도 있겠지만 “또 대통령이 속도전, 소통, 사회적 대타협 등을 주문하니까 일단 뛰고 보는 식으로 움직이는 것 아니냐”는 지적에 더 수긍이 간다.
장관과 해당 부처의 해명도 설득력이 떨어진다. 이런 지적을 의식했는지 문 장관은 8일 “정부 정책에 대한 오해를 풀기 위해서이지 형식적인 행사는 절대 아니다”라고 반박했다. 하지만 의사협회도 아니고 개별 학교 학생들을 상대로 장관이 직접 정책을 설명해야 한다면 얼마나 많은 학교를 다녀야 효과가 날지 의문이다. 기초연금 역시 정부안이 이미 국회에 제출됐기 때문에 국회에 가서 의원들을 설득해도 모자라는 상황이다. 노사정위는 박 대통령이 요구한 사회적 대타협을 제안하기 전에 노동계가 불참한 노사정위를 정상화시키는 것이 먼저다. 사람이 타야 차가 출발할 것 아닌가.
박 대통령은 “개각은 없다”고 말했지만, “장관을 한 명도 안 바꾸겠다”고 말하지는 않았다. 박 대통령이 진짜 문제를 해결하려고 일하는 장관과 보여 주기식으로 일하는 장관을 구별하고 있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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