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비 증세로 지팡이 짚고 시상대 오른 총경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1월 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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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회 영예로운 제복賞 시상식]
시상식 이모저모… ‘비행청소년 아버지’ 이상인 경감
인연 맺은 3명 찾아와 박수-환호

8일 ‘영예로운 제복상’ 시상식에서 서대용 총경(50)은 경찰 제복이 아닌 양복을 입고 시상대에 올랐다. 머리에도 경찰 정모가 아닌 보통 회색 모자를 쓴 채였다. 그는 왼손으로 지팡이를 짚고, 오른쪽 다리를 절며 힘겹게 단상에 올랐다. 장내는 숙연해졌다.

서 총경은 2008년 12월 필리핀 공관에서 근무하던 중 격무로 인한 뇌출혈로 쓰러진 뒤 한동안 의식을 찾지 못했다. 서 총경은 두개골을 여는 대수술을 받은 뒤 신체 오른쪽의 마비가 가시지 않아 정복을 입기에는 불편한 상태다. 모자는 치료를 위해 삭발한 머리와 ‘ㄱ’자 모양의 수술 흉터를 가리기 위해 쓴 것. 다행히 최근에는 상태가 많이 호전돼 경찰대학교로 복직했다.

이상인 서울 중랑경찰서 경감(52)이 ‘비행청소년의 아버지’라는 소개와 함께 단상에 오르자 박수와 함성이 쏟아졌다. 중랑경찰서 동료 등은 “서울 경찰의 자랑, 스쿨 폴리스 이상인”이라는 미니 펼침막을 들어올렸다. 이 경감과 인연을 맺은 청소년 3명도 찾아와 박수를 쳤다. 비행을 저지르다 4년 전 이 경감을 만나 검정고시를 준비하는 등 삶을 바로잡았다는 김모 군(18)은 “아저씨(이 경감)와 바닷가에 놀러 갔던 기억이 선한데 상까지 받으시니 정말 뿌듯하다”고 말했다.

시상식에 참석한 김관진 국방부 장관은 축사를 통해 “군인·경찰·소방관 등과 같이 제복을 입은 공무원들은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지키고 국가안보와 질서를 수호하기 위해 헌신을 다하는 숨은 영웅들”이라고 축사를 했다. 김재호 동아일보 사장 겸 채널A 회장은 “국가와 국민을 위해 헌신하는 제복 공무원들의 희생을 기리기 위해 제정한 상이 올해로 3회를 맞았다”며 “생사를 건 전투 현장, 민생치안 현장, 화재 현장에서 국민을 지키기 위해 열정을 바치는 여러분께 깊은 감사를 드린다”고 말했다.

이날 시상식에는 황우여 새누리당 대표, 전병헌 민주당 원내대표, 황영철 국회 안전행정위원회 새누리당 간사, 김관진 국방부 장관, 박승춘 국가보훈처장, 이용걸 방위사업청장, 김홍래 성우회장, 황인무 육군참모차장, 엄현성 해군참모차장, 이성한 경찰청장, 김석균 해양경찰청장, 남상호 소방방재청장, 유재홍 채널A 사장 등 내외빈 150여 명이 참석했다.

국가와 국민을 위해 헌신하는 제복상 수상자들이지만 거친 업무로 인해 스트레스를 받는 것은 보통 사람들과 마찬가지였다. 대상을 받은 임석우 소방장은 “소방서 구급대원으로 10여 년 활동하면서 받은 스트레스 때문에 검사를 받은 뒤, 외상후스트레스 위험군으로 분류돼 병원에서 상담을 받기도 했다”고 말했다.

권오혁 기자 hyuk@donga.com
#영예로운 제복상#서대용 총경#제복#국가안보#질서수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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