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모 씨(49)는 9일 0시경 서울 광진구 뚝섬로의 치킨집에 혼자 들어와 튀긴 닭 1마리와 소주 1병을 시켰다. 최 씨는 느긋하게 술을 마시더니 식탁에 엎드려 잠이 들었다. 가게 주인이 마감시간인 오전 2시에 최 씨를 깨웠지만 꿈쩍도 않자 경찰을 불렀다. 경찰이 왔지만 최 씨는 배 째라는 식으로 가게 바닥에 드러누웠다. 경찰은 최 씨를 보자마자 “또 이 사람이네”라며 혀를 찼다.
최 씨는 서울 광진구 건국대 입구 일대 먹자골목 상인들이 치를 떠는 존재였다. 치킨과 국밥, 추어탕 등 어느 가게든 가리지 않고 들어가 먹은 뒤 계산할 때가 되면 바닥에 드러눕는 걸로 유명했다. 술에 취한 채 택시를 잡아타곤 광진구, 성동구, 강서구 일대를 돌아다니면서 요금을 내지 않았다. 최 씨가 지난해 12월 15일부터 올해 1월 9일까지 무전취식을 하거나 택시 무임승차를 해 경찰에 붙잡혀온 횟수만 11차례. 이틀에 한 번꼴이다. 피해자 중에 고작 2만∼3만 원을 받으려고 경찰의 힘을 빌렸다가 나중에 해코지를 당할까 두려워 신고조차 못한 사례까지 감안하면 실제 횟수는 훨씬 많을 것으로 경찰은 보고 있다.
최 씨는 중국음식점 요리사로 일했지만 2년 전 세 번째 동거녀가 달아나면서 상실감에 무전취식과 무임승차를 하기 시작했다. 지난해 4월 상습 무전취식 등으로 8개월간 복역하고 지난해 12월 13일 성동구치소를 나왔지만 의지할 피붙이가 없어 광진구 건국대 인근에서 노숙생활을 시작했다. 오른쪽 눈이 안 보이고 왼쪽 다리를 저는 최 씨는 경찰이 “복지시설에 들어가라”고 권해도 영세 음식점을 ‘무상 뷔페’처럼 이용하는 삶을 이어갔다. 경찰은 최 씨가 유치장에 들어오면 때 묻은 옷을 세탁해주고 “이번만큼은 꼭 착실히 살라”며 풀어줬지만 출소 20여 일 만에 10차례의 범행을 저지르자 구속 영장을 신청했다.
최 씨는 8일 오후 구속 전 피의자심문에서 판사에게 “앞으로는 중국음식 요리사로 일하면서 착실히 살겠다. 한 번만 용서해 달라”고 울며 빌어 구속을 면했다. 하지만 6시간도 채 되지 않아 공짜 치킨을 먹다가 경찰에 또 붙잡혔다. 법원도 더이상 관용을 베풀지 않았다. 서울 광진경찰서는 최 씨를 사기 혐의로 구속했다고 13일 밝혔다. 경찰 관계자는 “추위에 떨며 노숙하는 것보단 차라리 감옥에서 안전하게 겨울을 보내는 게 나을 수도 있다”며 “최 씨가 이번만큼은 꼭 재활 의지를 찾기 바란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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