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꿈을 꾸고 있습니다. 모든 사람이 이웃을 넘어 형제처럼 살아가는 꿈입니다. 그 꿈을 이룰 수 있도록 항상 노력하고 기도하고 있습니다.”
13일 오전 8시경 서울 명동대성당 서울대교구청 3층 집무실에서 만난 염수정 추기경(71)의 소감이다. 교구청 안팎은 전날 염 대주교를 추기경으로 임명한 프란치스코 교황의 전격 발표로 흥분과 감동이 가시지 않은 상태였다. 교구 사제들과 회의를 마친 뒤 계단을 통해 집무실에 들어서던 염 추기경은 “축하한다”는 인사를 듣고 나서도 한동안 침묵 속에 미소를 지었다.
―발표가 전격적이었습니다.
“저도 매우 놀랐습니다. 프란치스코 교황님이 주님 세례 축일인 12일 추기경 임명을 하신 것은 뜻깊은 의미가 있는 것 같습니다. 이웃 사랑을 넘어 세상 사람들이 형제처럼 지내도록 힘쓰라는 가르침이 느껴집니다. 오늘 새벽에 부족한 사람이 역할을 할 수 있도록 힘을 달라고 기도했습니다.”(이 축일은 예수님이 요르단 강에서 세례자 요한으로부터 세례받았음을 기념하는 날이다.)
―이번 추기경 임명을 포함해 세상을 향한 프란치스코 교황의 메시지는 무엇이라고 생각합니까.
“교황님의 표현은 때때로 조금 다르지만 일관된 메시지는 평화입니다. 자신들이 가진 것을 아낌없이 나누라는 말씀도 귀하게 여겨야 합니다.”
―지난해 사제들의 정치 개입 문제 등으로 가톨릭 내부의 분열이 심각했습니다.
“무척 힘들고 안타까웠습니다. (작고한) 구상 시인은 자신의 시에서 눈에 백태가 끼면 세상을 바로 볼 수 없다고 했습니다. 일부이지만 그런 모습도 있지 않았나 싶습니다. 아집과 욕심을 버리면 서로가 순리에 맞춰 평화롭게 살아갈 수 있습니다.”
▼ “어머니 기도로 오늘의 내가 있어” ▼ 서임식때 교황께 방한 요청할 것
이날 집무실 주변은 염 추기경의 큰형 염수운 씨 부부를 비롯해 축하 인사를 위해 방문한 신자와 신부들로 분주했다.
염 추기경은 전날 추기경 임명 발표 뒤 축하 전화에 잠이 부족하지 않았느냐고 묻자 “괜찮다”고 했다. 서울대교구에 따르면 염 추기경은 이날도 평소처럼 오전 5시 반경에 일어나 기도한 뒤 교구청 식당에서 보직 신부 9명과 누룽지, 고구마, 과일 주스 등으로 간단하게 식사를 했다. 염 추기경은 이 자리에서 “전날 발표 때문에 바빴는데 모두 수고했다. (추기경 임명이) 갑작스러워 놀랐다. 능력이 너무 부족해 두렵다. 여러 신부의 도움과 기도가 필요하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다음 달 22일 추기경 서임식이 있습니다. 교황을 만나면 어떤 얘기가 화제가 될 것으로 봅니까.
“아직….”
―혹 교황의 한국 방문도 요청할 생각입니까.
“그럴 생각입니다. 여러 차례 한국 교회에서 방한을 요청했지만 이번에 뵙게 되면 다시 한 번 방한을 요청드릴 겁니다.”
―순교자 시복시성(諡福諡聖·순교자를 복자 또는 성인으로 추대하는 것)도 곧 이뤄질 것으로 보입니다.
“예, 정말 큰 축복입니다.”
―추기경 임명 뒤 아들이 신부가 되도록 기도했던 어머님이 떠오르지 않았습니까.
“어머니는 출산을 통해 저를 낳아 주셨을 뿐 아니라 제가 영적으로 하느님 안에서 살 수 있도록 이끌어 준 분입니다. 다른 모든 사람처럼 어머니의 기도 덕분에 오늘의 내가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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