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급 광고… A급 효과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1월 21일 03시 00분


일반인 모델… 드라마 패러디… 중소기업들 홍보전략 잇단 화제
온라인서 인기 끌며 매출도 급증

지난해 12월부터 방송하기 시작한 바이오기업 엔존비앤에프의 구운 토마토 알약 광고(위)와 지도표성경김 광고는 B급 코드를 활용해 소비자들에게 높은 관심을 받았다. 인터넷 화면 캡처
지난해 12월부터 방송하기 시작한 바이오기업 엔존비앤에프의 구운 토마토 알약 광고(위)와 지도표성경김 광고는 B급 코드를 활용해 소비자들에게 높은 관심을 받았다. 인터넷 화면 캡처
중소·중견기업 광고 시장에 ‘B급 코드’를 이용한 홍보 전략이 번지고 있다. 그동안 막대한 비용을 들여 유명인사를 모델로 고용하거나 고급스러움을 강조한 대기업 광고 전략을 따라가기 급급했던 것과는 다른 모습이다.

바이오기업인 엔존비앤에프가 지난해 12월부터 시작한 구운 토마토 알약 TV 광고에는 평범한 중년 남성 4명이 빨간 바지에 빨간 양말, 나비넥타이를 하고 등장한다. 이들은 우스꽝스러운 모습으로 최근 유행하는 몇몇 아이돌 그룹의 춤을 따라한다. 불룩한 배와 짧은 다리, 손가락으로 만든 하트 모양은 엉망이지만 보는 이에게 웃음을 불러일으킨다. 이 광고는 케이블 채널에서 방송됐지만 온라인에서 ‘아저씨들이 엄청 귀엽다’ ‘춤이 이상하다’ 등의 댓글이 달리며 더 화제가 됐다. 이후 이 기업은 광고 촬영 현장을 편집한 제작영상까지 온라인에 올려 인기를 이어갔다.

영화와 드라마, 대기업 광고를 패러디하는 방법도 인기다. 지난해 웨딩업체 ‘결혼하는 여자’가 주관한 한 웨딩박람회 광고는 “단언컨대”란 유행어를 만든 대기업 휴대전화 광고를 통째로 패러디했다.

보온병 제조업체 ‘써모스’는 지난해 12월부터 시작한 광고에서 ‘메릴린 먼로’ ‘터미네이터’ 등 영화 속 캐릭터를 등장시켰다. 다만 이들은 모두 엄지손가락에 그린 그림이었다.

그동안 중소·중견기업들 가운데 B급 코드를 활용한 광고를 통해 소위 ‘대박’을 친 기업은 천호산수유와 장수돌침대 정도였다. “남자한테 참 좋은데 설명할 방법이 없네” “돌침대는 별이 다섯 개” 등의 유행어를 남겼다. 이들은 모두 제품의 효능과 장점을 직접적으로 표현하기보다 재미를 추구해 인기를 끌었다. 기존 대기업 광고와 달리 고급스러움이란 권위에서 탈피해 조금 더 쉽고 친근하게 다가서려 했던 것이 인기의 이유였다.

지난해 12월 홈쇼핑 GS샵의 PB브랜드 ‘So Wool’ 방송에는 키 170cm, 몸무게 85kg의 일반인 모델이 등장했다. 키 크고 훤칠한 모델에 비해서 키도 작고 통통한 ‘아저씨 몸매’였다. 하지만 시청자들은 ‘몸매가 남편과 똑같다. 나도 사야겠다’ ‘완전 대박ㅋㅋ 자신감이 멋지다’ 등의 반응을 보내며 열광했고 이날 나온 3000벌 전량이 판매된 것으로 알려졌다.

중소·중견기업 광고 전문 제작사 빅인포 안광호 대표는 “그동안 중소·중견기업의 광고는 무명 배우나 기업 대표가 나와 제품의 효능을 말로 설명하는 것이 일반적이었다”며 “하지만 최근 스스로 A급이 아닌 B급을 인정하고 이를 활용한 광고전략들이 오히려 쉽게 눈길을 끌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서동일 기자 dong@donga.com
#일반인 광고#중소기업#B급 코드#온라인 인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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