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시진핑 정부가 2014년 하반기에 자유무역구(FTZ)를 추가로 설립할 계획을 세우면서 중국의 자유무역구가 주목을 받고 있다. 중국 정부가 자유무역구를 단순히 기존 보세구역의 확장 개념이 아니라 개혁 방안을 시험해 볼 수 있는 수단으로 활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자유무역구의 운영 방향을 보면 중국의 개혁 방안을 미리 읽을 수 있다.
중국의 자유무역구는 국가 간 경제협의체인 자유무역지대(FTA)와는 다르다. 외국인 투자 유치와 가공무역을 주로 하는 기존의 FTA에서 더 나아가 외국인 직접투자, 관세, 서비스 등에 대한 개방을 폭넓게 실시하고 시장이 주도하는 서비스산업 분야의 개혁과 혁신을 실험하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지난해 하반기 상하이에 최초로 설립된 자유무역시험구는 중국 정부의 상징적 개혁 실험창구였다. 현재 상하이 자유무역시험구에서는 금융, 물류, 무역, 컨설팅, 통신, 의료, 여행, 문화, 게임산업 등에 대한 다양한 개혁 방안이 논의되고 있다. 특히 중국 정부는 상하이에서 인민폐(위안화)를 달러로 교환할 때 총액상한선을 완전히 없애고, 이자율을 자유화하거나 민간 자본은행과 합자은행을 설립하는 등 전면적인 금융개혁 정책 실험을 핵심적으로 진행할 예정이다.
중국 정부는 올해 새로 지정할 자유무역구에 대해 지방정부의 재량권을 더욱 확대할 예정이다. 현재 10여 개 지방정부가 자유무역구로 지정받기 위해 신청을 마쳤거나 신청 중이다. 이미 신청을 완료한 광둥(廣東) 성 선전(深(수,천)) 시 첸하이(前海) 지역의 경우 홍콩과의 연계를 강조하고 있으며, 톈진(天津) 시 빈하이(濱海) 신구(新區)는 전통적으로 강세인 금융리스와 역외금융에 초점을 두고 있다. 산둥(山東) 칭다오(靑島) 시는 한중일 자유무역구를, 충칭(重慶) 시 량장(兩江) 신구는 ‘신 실크로드’를 테마로 잡는 등 각자 차별화 전략을 내세우고 있다. 중국 정부는 이들 중 특색 있는 전략을 제안한 지방정부를 자유무역구로 선정할 방침이다.
우리나라가 주목해야 할 곳은 첸하이와 칭다오다. 첸하이는 중앙정부로부터 비공식 승인을 받았다는 소문도 들린다. 선전 시는 과거 중국의 금융 부문의 개혁과 혁신을 주도한 지역으로 상하이보다 더 자율적이고 과감한 실험적인 정책들을 테스트할 가능성도 높다. ‘리틀 후진타오’로 불리며 유력 차기 지도자로 꼽히는 후춘화(胡春華) 광둥 성 당서기의 영향력 역시 중요하게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이미 중국의 수많은 사모투자(PE)사와 벤처캐피털사가 첸하이에 등록을 미리 마친 상태이다.
첸하이가 자유무역구가 된다면 한국 기업들은 중국에 진출할 때 홍콩에 투자 주체를 만들고 첸하이를 통해 대륙으로 진출하는 전략을 선택할 수 있게 된다. 중국 외환관리국을 통하지 않고 홍콩을 통해 자금을 운용할 수 있는 가능성이 생긴다. 홍콩과 중국 내륙 간의 협정 체계를 잘 검토하고 관련 구체적 정책에 관심을 가져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현재 중국 정부는 홍콩과 중국 간의 포괄적경제동반자(CEPA) 협정을 광둥 성에 우선적으로 적용하고, 홍콩에만 적용되고 있는 일부 규정을 광둥 성에도 확대 적용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칭다오는 한중 FTA 진행 상황을 고려하면 매우 중요한 후보지다. 자본 및 투자 금융 혁신을 중점에 두는 첸하이와 달리 칭다오는 무역금융을 강조하며 수출신용대출 허용, 원·엔화 결제센터 설립 등 금융 개방정책을 펼 것으로 예상된다. 칭다오가 있는 산둥 성 성장이며 런민(人民)은행 부행장, 증권감독위원회 위원장 등을 지낸 궈수칭(郭樹淸)이 금융개혁을 주도하고 있어 그의 영향력도 주목받고 있다. 특히 칭다오는 한중일을 금융 개방 정책의 핵심 사안으로 고려하고 있어 한국에 상대적으로 유리한 정책이 나올지 관심이 모아진다.
아직 자유무역구에 대한 구체적인 내용은 발표되지 않았다. 하지만 상하이 자유무역시험구의 진전에 따라 차기 자유무역지구 역시 올해 빠르게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 중국의 새로운 30년 개혁의 첫 시험대인 자유무역구를 중국 시장 진출에 중요한 통로로 삼을 필요가 있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