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류인플루엔자(AI)의 감염원으로 지목되고 있는 가창오리뿐 아니라 큰기러기(사진)도 AI에 감염된 것으로 밝혀졌다. 주로 호남권에 머무르는 가창오리와 달리 큰기러기는 한강과 금강, 낙동강 등 전국에 폭넓게 분포한다. AI가 호남뿐 아니라 전국으로 확산될 수 있다는 의미다.
농림축산식품부는 22일 전북 고창군 동림저수지에서 수거한 큰기러기 3마리 사체에서 가창오리와 같은 ‘H5N8’형 AI가 검출됐다고 밝혔다. 큰기러기는 시베리아 습지에서 봄, 여름을 난 뒤 한국에 9, 10월부터 이듬해 3월 초까지 머무른다. 한국에 머무르는 개체 수는 5만 마리 안팎이다. 방역당국은 올해 유입된 큰기러기의 개체 수와 유입 장소를 아직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 환경부가 철새들에게 위성위치확인시스템(GPS)을 부착해 이동경로를 추적하지만 이번에 AI로 확인된 큰기러기나 가창오리는 해당되지 않는다. 그간 4차례 발생한 AI의 감염원이 야생 철새였던 점을 감안할 때 당국이 안이하게 대처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농식품부는 이날 추가로 부안군과 고창군의 농가 3곳에서 AI 확진 판정이 나옴에 따라 확진 판정이 난 곳은 총 8곳으로 늘어났다고 밝혔다. 하지만 3곳 모두 이전 AI 발생 농가에서 반경 10km 내인 방역대 안에 있어 AI 확산으로 볼 수는 없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지금까지 AI가 발견되지 않았던 충남 서천군 화양면 완포리 금강 유역에서도 이날 가창오리 3마리가 폐사한 채 발견돼 확산 우려는 여전히 남아있다. 전문가들은 이달 6, 7일 가창오리의 이동이 많았던 점을 감안해 잠복기간(최대 21일) 내인 이달 25, 26일이 AI 확산 여부를 가늠할 분수령이 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한편 AI가 사료 차량으로 인해 확산됐다는 분석이 제기됐다. 전북 부안군에 따르면 세 번째로 확진 판정을 받은 부안군 줄포면 박모 씨의 오리농장 등 확진 판정을 받은 3곳에 같은 사료 차량이 출입한 것으로 확인됐다.
차량으로 인해 바이러스가 전북을 벗어나 전남으로 확산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왔다. AI 확진 판정을 받은 줄포면 노모 씨의 농가를 출입한 차량들의 경우 전북을 벗어나 전남의 축산 농가 44곳을 돌아다닌 것으로 밝혀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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