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대남 유화 공세를 펼치며 한미 연합군사연습인 키리졸브(KR)와 독수리연습(FE)의 중단을 거듭 요구하는 배경엔 막강한 미군 참가전력에 대한 두려움이 깔려있다.
매년 2월 말부터 두 달간 실시되는 이 훈련에는 주한미군(2만8500여 명)을 비롯해 주일미군과 괌, 미 본토 등 해외 주둔 미군 1만여 명과 전투기 및 함정 등 대규모 첨단전력이 참가해왔다. 핵추진 항모 강습단과 최신예 전투기 등 미군 참가 전력의 가치를 금액으로 환산하면 총 30조 원 이상으로 한국의 올해 국방예산(약 35조7000억 원)에 맞먹는다.
일본의 유엔사 후방기지 7곳에 배치된 주일미군 병력과 해·공군 전력은 한반도 유사시 48∼72시간 내 전개돼 한미공동 작전계획(OPLAN 5027)에 따라 대북 응징작전에 돌입한다. 적의 레이더에 포착되지 않는 F-22 스텔스 전투기는 일본 내 기지에서 출격한 지 20분 만에 평양의 주요 표적을 정밀 타격할 수 있다.
북한의 3차 핵실험(2월 12일) 이후 도발 위협이 고조됐던 지난해 KR 때 미국은 F-22를 비롯해 B-2 스텔스 폭격기와 B-52 전략 폭격기 등을 참가시켜 고강도 대북 무력시위를 벌였다. 특히 B-2와 B-52 폭격기는 미국의 대한(對韓) 핵심 안보 공약인 ‘핵우산’ 전력으로 북한 수뇌부엔 공포의 대상이다. 북한이 한국에 핵 공격을 감행할 경우 몇십 배의 핵 보복을 당할 수 있다는 경고를 확인시켜 주기 때문이다.
훈련 내용도 북한엔 경계 대상이다. KR와 매년 8월에 실시되는 을지프리덤가디언(UFG) 등 한미 연합군사연습은 북의 전면남침 시 수도권 북방에서 이를 저지한 뒤 대북 반격작전(북진)에 나서는 시나리오로 진행된다. 북한의 동·서해를 통한 한미 해병대의 대규모 상륙작전이 이뤄지고 한미 연합군이 휴전선을 돌파해 평양을 함락하고 청천강까지 진격한 뒤 북한 안정화 작전을 실시하는 내용이 포함돼 있다.
이 때문에 북한은 한미 연합군사연습 때마다 대규모 군사훈련을 실시하는 ‘맞불작전’을 벌여왔다. 이는 북한 내 유류난과 식량난을 가속화하는 자충수로 작용하는 악순환이 계속돼 왔다는 분석이 많다. 군 관계자는 “북한은 한미 연합군사연습이 지속되는 한 대규모 대남 도발은 물론이고 체제 유지도 힘들다고 보는 것 같다. 그래서 훈련을 무력화하기 위해 대남 유화 공세를 통한 선전전술에 주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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