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 소치동계올림픽]이호석 “마음 무겁지만… 나 아닌 암투병 후배 위해 꼭 금메달”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1월 2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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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진규 대신 쇼트트랙 계주 출전 이호석
토리노 금 땄지만 파벌논란 맘고생… 밴쿠버선 성시백과 엉켜 많은 비난
이번에는 대타로 나서 부담 더 많아

이호석 동아일보DB
이호석 동아일보DB
정말 얄궂은 운명이다.

한국 쇼트트랙 대표팀의 맏형 이호석(28·고양시청)은 올림픽 때마다 누구에게도 말 못할 마음고생을 했다. 이호석은 2006년 토리노 겨울올림픽에서 올림픽과 첫 인연을 맺었다. 남자 5000m 계주 금메달을 비롯해 1000m와 1500m에서 은메달을 목에 걸었다. 하지만 올림픽 직후 쇼트트랙 대표팀 파벌 논란이 불거졌고 대표팀 일원이었던 이호석도 적지 않은 마음고생을 했다.

2010년 밴쿠버 겨울올림픽에서는 남자 쇼트트랙 첫 경기인 1500m 결선에서 성시백(27)과 2, 3위를 다투다 마지막 바퀴에서 추월하는 과정에서 서로 엉켜 함께 넘어지고 말았다. 어부지리로 외국 선수들이 2, 3위를 차지했다. 당시 금메달을 차지한 이정수(25·고양시청)에 이어 한국 선수가 금, 은, 동 모두 휩쓸 수 있었던 상황이었다. 이호석은 동료를 넘어지게 했다며 모든 비난을 한 몸에 받아야만 했다. 전 종목에서 강력한 우승 후보였음에도 불구하고 이호석은 은메달을 2개 따는 데 그쳤다. 이호석은 “밴쿠버 올림픽 기간에 제대로 먹지도 못할 정도로 마음고생이 심했다. 한국에 돌아와서도 대인기피증이 생길 정도였다”고 말했다.

이호석은 지난해 4월 열린 대표선발전에서 4위를 차지했다. 2013년 세계선수권 종합 우승자인 신다운(21·서울시청)과 국내 대표 선발전 1∼3위 선수인 이한빈(26·성남시청), 박세영(21·단국대), 노진규(22·한국체대)에 이은 5번째 선수로 대표팀에 예비 선수로 승선했다. 주전 선수가 부상을 당해 대회 출전이 힘들어지면 대신 나가기 위한 것이었다. 이호석은 13일 태릉선수촌에 있던 짐을 자신의 집으로 옮겼다. 대표팀에 부상 선수가 발생하지 않아 자신이 뛸 자리가 없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14일 뜻하지 않은 소식을 접했다. 노진규가 훈련 도중 왼쪽 팔꿈치 골절상으로 올림픽에 출전하지 못하게 된 것이다. 마지막 남은 짐을 가지러 태릉선수촌에 왔던 이호석은 다음 날 노진규의 대체 선수로 자신이 발탁되었다는 소식을 듣고 다시 태릉선수촌에 들어왔다.

3번 연속으로 올림픽 무대를 밟게 되었지만 이호석의 표정은 밝지 않았다. 태릉선수촌에서 8개월 넘게 같이 한방을 쓰면서 친동생만큼이나 친한 노진규의 부상 때문이다. 특히 노진규가 뼈에 생기는 암의 일종인 골육종으로 수술까지 받았다는 이야기를 듣고는 충격을 받았다.

22일 프랑스로 대표팀 전지훈련을 떠나기 전 이호석은 “우여곡절 끝에 올림픽에 나가게 됐지만 기분이 좋지만은 않다”고 말했다. 특히 노진규의 못다 이룬 꿈을 자신이 대신 이뤄줘야 한다는 부담감이 크다. 이호석은 소치 올림픽에서 노진규 대신 남자 5000m 계주에 나선다. 이호석은 “이번 올림픽은 다른 올림픽과는 다르다. 나를 위해서가 아니라 진규를 위해서라도 꼭 금메달을 따고 귀국하고 싶다”고 말했다.

김동욱 기자creati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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