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치 취재파일/변영욱]삼엄한 테러 경계… 검문 모습 찍은 사진 삭제당해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2월 4일 03시 00분


[2014소치 ‘위대한 도전’]

변영욱 사진부 기자
변영욱 사진부 기자
“러시아는 위험하다는데 괜찮겠어?”

겨울올림픽이 열리는 러시아 소치로 출발하기 전 주변 사람들로부터 가장 많이 들었던 질문입니다. 지난해 소치 주변 도시에서 폭탄 테러가 나기도 했고, 러시아에 저항하는 여성 테러조직 ‘검은 과부(black widow)’ 조직원이 소치에 잠입했다는 뉴스도 나왔으니 그럴 만도 합니다.

현지에서도 보안 문제는 가장 뜨거운 이슈입니다. 개최국인 러시아는 물론이고 미국 등 다른 나라들도 금메달보다 ‘안전 보장’에 더 큰 관심을 기울이는 것 같습니다. 그런데 막상 와서 보니 생각보다는 안전한 것 같습니다. 러시아 정부의 보안 장벽인 ‘강철 고리(러시아어로 ‘스탈노예 콜초’)’의 일부를 직접 경험해 본 뒤 든 생각입니다.

2일 동료 사진기자들과 스케치 사진 촬영을 위해 소치 시내에 나갔습니다. 메인미디어센터(MMC) 근처 아들레르 역에서 소치 역까지 기차를 이용했는데요. 역에 들어설 때부터 삼엄한 경계가 이뤄지고 있었습니다.

가방을 일일이 열어 보는 것은 기본이고 노트북컴퓨터의 전원도 켜 보게 합니다. 맨손으로 몸 곳곳을 만지면서 철저하게 몸수색도 했습니다. 뭔가 상징적인 장면이 될 것 같아 사진을 찍어도 되겠느냐고 물었습니다. 그랬더니 “당신들이 찍은 사진은 인터넷을 통해 나쁜 사람들의 손에 들어가게 된다. 그러면 테러에 이용당할 수 있다”며 거부하더군요.

기차 객실은 한산했습니다. 기자들을 포함해 예닐곱 명뿐이었습니다. 그런데 예전 ‘람보’ 영화에서나 봤던 육중한 덩치의 경찰들이 쉴 새 없이 통로를 오갑니다. AD카드가 목에 걸려 있으니 뻔히 기자인 줄 알 텐데도 경계의 눈초리를 감추지 않습니다.

더더욱 사진을 찍고 싶다는 생각이 듭니다. 한국 기자들이 누구입니까. 어려운 상황에서도 사진을 찍는 데는 전문가입니다. 동료 사진 기자가 소치 역에서 내릴 때 검문소를 향해 셔터를 눌렀습니다. 주변에 경찰이 보이지 않았던 데다 카메라를 손에 쥔 채 걸으면서 찍었기에 성공이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어디서 나타났는지 경찰들이 저희를 에워쌉니다. 카메라를 내놓으라 하더니 관련 사진을 찾아 곧바로 삭제합니다. 누군가가 우리를 끊임없이 지켜보고 있었던 것입니다.

아들레르 역으로 돌아오는 기차에서 보니 사람이 다닐 것 같지 않은 얕은 산등성이 곳곳에 경찰들이 배치돼 있습니다. 러시아 정부가 이번 대회 안전 보장을 위해 투입한 경찰만 4만 명이라고 하네요. 다소 불편하긴 해도 안전하다는 사실에 위안을 느낍니다.

변영욱 사진부 기자 cut@donga.com
#소치 겨울올림픽#폭탄 테러#검은 과부#보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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