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젊은 세대에 확산되는 ‘불개입주의’ 정서가 2기를 맞이한 버락 오바마(사진) 미국 행정부의 다자주의 외교정책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피터 베이나트 뉴욕시립대 교수는 3일 미국 젊은 세대의 불개입주의 정서가 ‘예외주의 국가’라는 미국의 위상을 허물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내셔널저널 인터넷판에 기고한 ‘미국 예외주의의 종언’에서 “(젊은 세대가) 애국심에 기초한 미국의 일방주의 대외정책에 아버지 세대보다 더 큰 반감을 갖고 있다”라고 설명했다.
이런 젊은층의 지지를 받고 등장한 오바마 대통령은 그동안 주요 국제 이슈에서 미국의 이익을 위해 개입은 하지만 일방주의보다는 다자주의, 무력 개입보다는 외교적 해결에 무게를 뒀다. 외교를 중심으로 한 ‘다자주의적 개입주의’다. 오바마 대통령은 지난달 28일 국정연설에서도 시리아와 이란 등 국제문제 해결에서 외교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오바마 행정부가 2009년 출범 이후 일관되게 견지해 온 국제정치 노선이기도 하다.
이와 대비되는 미국 대외정책의 ‘예외주의’는 조지 W 부시 전 대통령의 2004년 신년 국정연설에서 극명하게 드러났다. ‘미국이 세계 평화와 민주주의 확산이라는 소명을 달성하기 위해서는 다른 나라의 허락을 받을 필요가 없다’라는 내용이 핵심이다. 무력을 통한 적극적이고 일방적인 개입주의를 말한 것이다.
하지만 여론조사기관인 퓨 리서치센터의 2011년 조사에 따르면 ‘외교정책에서 미국의 이익을 양보하더라도 동맹국의 이익을 고려해야 한다’는 30세 이하 젊은이들의 응답률은 기성세대보다 23%포인트 높게 나왔다. 일방주의에 반대하는 젊은 세대의 다자주의적 성향은 부시 대통령의 이라크와 아프가니스탄 개입에 대한 반발에 따른 새로운 기류였다.
미국이 흔히 내세우는 국제사회에서의 책임을 감안한다면 불개입주의 또는 신고립주의의 흐름이 주요 2개국(G2) 시대의 미국 대외정책으로 자리를 굳힐 것이라고 단정하기는 어렵다. 미 정부의 국방예산 감축, 이라크 아프가니스탄 전쟁 마무리 이후의 단기적 기류일 가능성도 있기 때문이다. 다만 불개입주의가 미국이 유럽 구체제와 다른 새로운 체제라는 의미의 고전적 ‘예외주의’ 성격을 희석시키는 것만은 분명해 보인다.
한편 오바마 대통령은 다음 달 네덜란드와 벨기에, 바티칸 등 유럽 3개국 방문 계획에 사우디아라비아를 추가한다고 백악관이 3일 발표했다. 사우디는 중동의 우방이지만 최근 이란 시리아 이집트 사태에서 미국과 사사건건 대립해 왔다. 오바마 대통령은 압둘라 빈 압둘아지즈 알사우드 사우디 국왕을 만나 미국의 변함없는 지원을 약속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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