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수업체들 수리자격증 빌려 참여
숭례문 단청 복원 인간문화재 등… 돈받고 불법대여해준 15명 입건
자격도 없는 문화재 보수업체들이 국보급을 비롯해 각종 문화재 보수 공사에 아무런 제한 없이 참여해 온 것으로 밝혀졌다. 이들의 비결은 ‘자격증 불법 대여’. 심지어 숭례문 복원에 참여했던 중요무형문화재(인간문화재)조차 이들 업체로부터 돈을 받고 문화재수리기술자 자격증을 빌려준 것으로 드러났다.
서울 용산경찰서는 숭례문 복원 때 단청 부문 공사를 맡았던 단청장 홍창원 씨(58·중요무형문화재 48호)와 전 문화재청 과장 김모 씨(66) 등 15명의 단청 전문가와 이들에게 돈을 주고 자격증을 빌린 19개 문화재 보수업체 대표 등 총 34명을 문화재 수리 등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불구속 입건했다고 4일 밝혔다.
경찰에 따르면 홍 씨는 지난해 7월 전북 군산시 문화재 전문 보수업체인 A종합건설로부터 선금 1500만 원과 매월 110만 원을 받는 조건으로 단청 기술자 자격증을 대여한 혐의다. 홍 씨는 2010년 2월부터 최근까지 이런 방식으로 3개 업체로부터 총 3780만 원의 부당 이득을 취한 혐의를 받고 있다.
또 홍 씨의 아내 이모 씨(53)와 딸(29) 등 14명도 문화재 보수업체로부터 매년 1100만∼3500만 원의 현금을 받고 자격증을 대여한 혐의로 함께 입건됐다. 자격증을 대여해준 기술자 중에는 문화재 연구소 연구원, 문화재 관련 협회 이사, 대학교수 등이 포함됐다. 이들이 2010년 1월부터 지난해 10월 말까지 자격증을 빌려주고 업체로부터 받은 금액은 총 4억6350만 원이다. 문화재 보수업체로 등록하고 유지하려면 일반 보수 및 단청 분야의 기술자 4명을 채용해야 한다. 그러나 영세한 일부 업체들은 보수공사를 따낼 때에만 쓰기 위해 기존 기술자들에게 돈을 주고 자격증을 빌리는 경우가 많다. 이번에 적발된 업체들도 자격증만 빌려 등록조건을 갖춘 뒤 각종 문화재 보수공사에 참여했다. 이 업체들이 보수를 맡은 곳은 충남 예산 수덕사 대웅전, 전남 순천 송광사 국사전, 전남 화순 쌍봉사 철감선사탑 등 국보 8곳을 비롯해 보물 39곳, 사적지 38곳 등 총 155곳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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