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마켓 뷰]“지으면 번다”… 런던은 지금 공사중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2월 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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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 런던의 금융 중심가에 건설되고 있는 블룸버그 유럽 본사 건설 현장. 최근 런던에서는 구글 등 다국적 기업과 글로벌 금융회사들이 발주한 건설사업들로 부동산 경기가 활기를 띠고 있다. 우리투자증권 제공
영국 런던의 금융 중심가에 건설되고 있는 블룸버그 유럽 본사 건설 현장. 최근 런던에서는 구글 등 다국적 기업과 글로벌 금융회사들이 발주한 건설사업들로 부동산 경기가 활기를 띠고 있다. 우리투자증권 제공
우리투자증권 런던법인 사무실 바로 앞 5000m² 터는 요즘 공사가 한창이다. 영국 중앙은행인 영국은행(BOE)과 런던시장 공관이 바로 옆에 있는 이 공사현장은 2000년 전 로마 신전이 있던 땅이다. 정치적으로나 역사적으로 매우 중요한 위치에, 미국 뉴욕 맨해튼 한 블록에 해당할 정도로 넓은 건물이 올라오고 있는 것이다.

건물이 완공되면 세계 최대의 금융 정보 통신사인 블룸버그 유럽 본사가 들어설 예정이다. 런던에는 지난해 유럽에서 가장 높은 빌딩이 들어섰다. 그런데 블룸버그가 짓고 있는 이 매머드급 빌딩이 2016년에 완공되면 런던의 스카이라인은 또 한번 바뀌게 된다. 몇 년 전 미국 온라인 서점 아마존은 유럽 본사를 런던으로 옮겼다. 구글도 조만간 영화 ‘해리포터’의 배경이 됐던 ‘킹스크로스’ 역사(驛舍) 주변을 개발해 유럽 본사를 옮길 계획이다. 글로벌 보험사, 금융회사들이 마치 키 재기라도 하듯 앞다퉈 런던에 고층 건물을 발주하기 바쁘다. 그동안 경기 회복에 대한 불확실성 등으로 미뤄졌던 런던의 건설사업은 최근 이렇게 활기를 띠고 있다.

그동안 엄격하게 건물 높이를 제한해 왔던 런던이기에 최근 이 같은 움직임에 대해 “런던답지 않다”고 말하는 시민들이 적지 않다. 하지만 세계 굴지의 기업들이 유럽 본사를 유럽 대륙의 중심부인 프랑스 파리나 독일 프랑크푸르트가 아닌 런던에 두는 이유는 런던만이 가진 장점 덕분이다.

런던은 법률이 세계 최고 수준으로 잘 정비된 도시로 꼽힌다. 회계 법인이 모두 모여 양질의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정치, 사회가 안정돼 업무 환경도 좋다. 국제공용어인 영어로 사업이 진행된다는 점도 매력이다. 특히 사무용 부동산을 임차할 때 10년에서 25년까지 장기 계약할 수 있고 기축통화 중 하나인 파운드화로 거래가 이루어져 안정성, 유동성, 교환성 측면에서도 장점이 있다.

최요순 우리투자증권 런던현지법인장
최요순 우리투자증권 런던현지법인장
그러면 일반 주택시장 동향은 어떨까. 유럽 금융위기 후 잠시 부침이 있었지만 중·장기적으로 보면 주택가격은 하늘 높은 줄 모른 채 오르고 있다. 지난해 말 기준으로 런던 주택 가격을 합해 보면 1조3000억 파운드(약 2250조 원)에 이른다. 작년 한 해 동안 1000억 파운드(약 175조 원) 이상 상승한 것이다. 이 상승분은 뉴질랜드 루마니아 베트남 같은 중형 경제규모를 가진 국가의 1년 국내총생산(GDP)과 비슷한 수치다.

2003년 런던 주택 가치의 합인 6600억 파운드(약 1140조 원)와 비교하면 10년 만에 두 배로 뛴 셈이다. 다시 말해 연율 10% 이상의 고수익을 올린 시장이었다. 원래 이 주택가격 상승의 시발점은 황금 삼각지대라 부리며 슈퍼리치들이 밀집해 살고 있는 첼시, 켄싱턴, 웨스트민스터 지역이었다. 그런데 작년에는 비교적 소득이 적은 계층이 살고 있는 런던 동북쪽 해크니 지역의 부동산 시세가 17%가량 올라 영국에서 가장 높은 상승률을 기록하였다. 그동안 주택 가격 상승의 물결에 동참하지 않았던 지역이다 보니 영국인들의 관심이 더욱 모아지고 있다.

영국인의 집은 성(城)이라는 속담이 있다. 외부인의 침입이 그만큼 어렵다는 의미다. 지금까지는 속담처럼 영국의 주택시장에 글로벌 기관투자가들이 많이 침투하지 못했다. 영국의 주택은 대부분 개인 소유이고 기관투자가 비중은 고작 1%에 머물고 있는 형국이다. 미국 독일 네덜란드 등의 국가에서 주택 물량 중 각각 13%, 17%, 37%를 기관투자가들이 가지고 개인에게 임대하는 것과는 크게 대조된다.

하지만 영국의 경제일간지 파이낸셜타임스(FT)는 최근 이 시장에 기관투자가들이 눈독을 들이고 있다고 보도했다. 보험사 계열의 자산운용사들이 발 빠르게 움직이고 있고 중동의 국부펀드들도 그 뒤를 따르고 있다. 글로벌 투자 자본은 이제 임대료 인상과 주택가격 상승을 굳게 믿고 굴착기와 크레인을 주택시장까지 밀고 들어갈 것 같다.

최요순 우리투자증권 런던현지법인장
#런던#최요순#영국은행#런던시장공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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