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을 대표하는 남자 피겨스케이팅 선수 다카하시 다이스케(高橋大輔·28)가 곤혹스러운 상황에 빠졌다. 그가 소치 겨울올림픽 쇼트프로그램에서 사용하기로 한 배경음악 ‘바이올린을 위한 소나티네’의 작곡가가 “지금까지 돈을 주고 대리 작곡가를 사용했다”고 고백했기 때문이다.
일본의 청각 장애인 작곡가 사무라고치 마모루(佐村河內守·50) 씨는 5일 변호인을 통해 “나는 악곡의 구성과 이미지만을 제안하고 나머지는 다른 인물이 작곡했다. 팬들을 속인 점에 대해 깊이 반성한다”고 밝혔다.
히로시마(廣島) 출신의 피폭 2세인 사무라고치 씨는 35세 때인 1999년 청력을 완전히 잃었다. 하지만 귀 대신 손으로, 선율 대신 진동으로 음악과 소통했다. 청력을 잃은 뒤에도 ‘교향곡 제1번 히로시마’ 등 주옥같은 작품들을 선보였다. 세계 언론은 이런 그를 ‘현대판 베토벤’으로 높게 평가했다.
그만큼 충격도 크다. 사무라고치 씨는 지난해 동일본 대지진 희생자를 위로하기 위해 만든 ‘레퀴엠’을 피아노 소나타로 새로 쓴 뒤 초연자로 한국의 피아니스트 손열음 씨를 선택하기도 해 한국에서도 이름이 알려진 음악가다.
다카하시는 이번 사건으로 마음이 편치 않음에도 불구하고 쇼트프로그램에서 ‘바이올린을 위한 소나티네’를 사용하기로 결정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의 매니저는 “다카하시 선수는 작곡가가 아니라 곡이 마음에 들어 선택한 것이다. 소치 올림픽에서 배경음악을 바꿀 계획이 없고 동요하지도 않고 있다”고 밝혔다.
다카하시는 2010년 밴쿠버 겨울올림픽에서 동메달을 땄고 2010년 세계선수권대회에서 금메달을 목에 건 세계적 스타로 소치 겨울올림픽에서 유종의 미를 거둔 뒤 은퇴할 계획이다. 2011년 일본의 간판 여자 피겨스타 아사다 마오(淺田眞央·24)와 열애설이 불거졌지만 양측 모두 소문을 부인했다.
대리 작곡가도 모습을 드러냈다. 5일 저녁 도호가쿠엔(桐朋學園)대의 비(非)상근 강사이자 작곡가인 니가키 다카시(新垣隆·43) 씨는 각 언론사에 팩스를 보내 “내가 18년간 사무라고치 씨의 고스트라이터였다. 국민 앞에 사죄하고 싶다”고 밝혔다. 그는 6일 도쿄(東京) 도내에서 기자회견을 할 예정이다. 뉴스와 ‘NHK 스페셜’ 프로그램 등에서 사무라고치 씨를 크게 부각시켜 소개했던 NHK방송은 5일 시청자들에게 사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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