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치]사랑도 더블… 메달도 더블… 얼음 위의 ‘황금 커플’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2월 7일 03시 00분


쇼트트랙 대표팀의 박승희(위쪽 사진 왼쪽)-이한빈 커플과 여자 컬링 대표팀의 김지선(아래쪽 사진 오른쪽)과남편인 중국 남자 컬링 대표팀의 쉬샤오밍. 동아일보DB·김지선 씨 제공
쇼트트랙 대표팀의 박승희(위쪽 사진 왼쪽)-이한빈 커플과 여자 컬링 대표팀의 김지선(아래쪽 사진 오른쪽)과남편인 중국 남자 컬링 대표팀의 쉬샤오밍. 동아일보DB·김지선 씨 제공
러시아로 귀화한 안현수(29·러시아명 빅토르 안)의 곁을 지키며 그의 부활을 도운 연인 우나리 씨(30)는 러시아 소치 현지에서도 단연 화제다. 안현수는 5일 소치 아들레르 선수촌 국기광장에서 열린 러시아 선수단의 입촌식 때도 우 씨와 자리를 함께해 집중적인 카메라 세례를 받았다. 훈련장이건 행사장이건 그들은 실과 바늘처럼 항상 같이 다닌다. 둘은 행사가 끝난 뒤 나란히 손을 잡고 퇴장했다.

한국 선수단 내에도 사랑의 힘으로 올림픽을 맞이하는 선수들이 있다. 쇼트트랙 대표팀의 이한빈(26·성남시청)-박승희(22·화성시청) 커플이 대표적이다. 프랑스 전지훈련을 마치고 전날 소치에 입성한 한국 쇼트트랙 대표팀은 6일 아이스버그 스케이팅 팰리스에서 첫 공식 연습을 했다.

새벽부터 밤늦게까지 이어지는 쇼트트랙 선수단의 훈련은 고되기로 유명하다. 그렇지만 그들은 혼자가 아닌 둘의 힘으로 힘든 훈련을 이겨냈다. 훈련 때는 티를 내지 않지만 훈련장을 벗어나거나 이동을 할 때면 따뜻한 눈빛을 주고받는다.

소치 올림픽 대표 선발전이 열린 지난해 3월 박승희는 큰 고민에 빠졌다고 한다. 남자친구인 이한빈은 물론 친동생인 박세영(21·단국대)이 함께 출전해 경쟁했기 때문이다. 다행히 이한빈이 1위, 박세영이 2위로 선발전을 통과하면서 함께 소치 땅을 밟게 됐다. 박승희는 “농담처럼 한빈 오빠를 응원한다고 했다가 엄마한테 눈치를 받기도 했다”고 했다. 이한빈은 “승희를 처음 봤을 때 한눈에 반했다. 힘든 과정을 이겨내는 데 승희가 큰 힘이 됐다”고 고마움을 전했다.

이한빈-박승희 커플은 이번 올림픽에서 동반 메달 획득에 도전한다. 늦깎이로 태극마크를 단 이한빈은 한국 남자대표팀의 실질적인 에이스다. 외신들도 이한빈이 남자 1500m와 1000m에서 메달을 딸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2010년 밴쿠버 올림픽에서 동메달 2개를 따낸 박승희는 이번 대회에서는 금메달에 도전한다. 주 종목인 여자 500m 최강자였던 왕멍(중국)이 부상으로 낙마하면서 금메달 가능성은 더욱 커졌다. 이한빈이 선전한다면 대한민국 대표팀의 겨울올림픽 사상 첫 금메달 커플이 탄생할 수도 있다.

첫 올림픽 출전의 꿈을 이룬 여자 컬링 대표팀의 스킵(주장) 김지선(27·경기도청)도 지금의 남편이 없었다면 소치에 오지 못했을 것이다. 김지선은 중국 유학 시절 만난 중국 남자 컬링 국가대표 쉬샤오밍(30)과 지난해 5월 결혼했다. 둘은 올림픽에 매진하기 위해 신혼여행도 올림픽 이후로 미뤘다.

김지선은 “오빠가 나보다는 경험과 노련미가 있어 이런저런 조언을 많이 해 준다. 같은 선수로서 힘든 점을 잘 이해해 준다. 자주 만날 수는 없지만 화상전화 등으로 연락을 주고받는다”고 애정을 드러냈다. 정영섭 여자 컬링 대표팀 감독은 “쉬샤오밍은 정말 예의 바르고 반듯한 선수다. 우리 선수들이 모두 형부라고 부른다. 그런데 중국 여자 대표팀이 우리한테 질 때면 ‘중국 팀 안에 스파이가 있다’는 농담을 한다고 하더라”며 웃었다.

외국 선수 중에는 게리(46)-앤절리카 디 실베스트리(48) 부부가 도미니카 대표로 크로스 컨트리에 동반 출전한다. 미국인인 이들은 몇 해 전 카브리 해 연안의 도미니카에서 어린이 병원 설립에 기여한 공로로 이 나라 시민권을 받았다. 이전까지 한 번도 겨울올림픽 출전 선수를 배출한 적이 없었던 도미니카는 취미로 스키를 즐기던 이 부부에게 올림픽 출전을 권유했고, 이들은 적지 않은 나이에도 엘리트 선수로 전업해 올림픽 출전권을 따냈다.

소치=이헌재 기자 un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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