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이 윤진숙 해양수산부 장관의 해임을 결심한 것은 6일이지만 청와대 내에서는 전날 오후부터 경질 불가피론이 급속히 퍼졌다.
정홍원 국무총리가 6일 국회 대정부질문에서 “(윤 장관의) 해임을 건의할지 고민 중”이라고 답변한 이후 2시간여 만에 전격 해임이 이뤄진 것도 이 같은 공감대 때문에 가능했다. 더욱이 윤 장관은 정 총리가 국회 답변을 하기 이전에 이미 정 총리를 만나기 위해 세종시에서 서울로 출발했다. 정 총리의 해임 건의 이전에 박 대통령이 이미 해임을 결심했다고 짐작할 수 있는 대목이다.
박 대통령은 지난달 27일 수석비서관회의에서 “국민의 마음에 상처를 주는 발언을 하는 일이 재발할 시에는 (해당 공직자에게) 그 책임을 반드시 물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당시 발언은 현오석 경제부총리를 겨냥한 것이었다. 이 때문에 청와대에서는 “윤 장관을 낙마시킨 건 현 부총리”라는 말도 나왔다.
윤 장관의 부적절한 발언이 당정협의 과정에서 나왔다는 점에서 여당 의원들도 윤 장관을 더이상 보호하기 힘들어졌다. 6일 오전 심재철 최고위원, 홍문종 사무총장 등 당 지도부를 시작으로 대정부질문에서 윤 장관을 향한 여당 의원들의 비판이 이어진 것도 이 때문이다.
게다가 야당이 윤 장관의 ‘설화(舌禍)’를 계기로 ‘전면 개각론’에 불을 지피는 상황에서 신속히 수습하지 않으면 신년 업무보고가 한창 진행 중인 내각이 다시 개각론에 흔들릴 수 있다는 우려도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정 총리도 “전면 개각할 이유가 없다”고 선을 그었다.
4개월 앞으로 다가온 6·4지방선거도 여권으로선 부담이다. 여권 내부에선 윤 장관 문제를 방치할 경우 여론의 악화는 걷잡을 수 없을 것이라는 위기감이 커져 갔다. 여권은 야당에 떠밀리기보다 윤 장관을 먼저 경질함으로써 국면 반전을 노렸다는 관측이 나온다.
윤 장관의 임명 당시 야당은 물론이고 여당 인사들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모래밭 속 진주”라며 윤 장관을 옹호했던 박 대통령에게는 또 다른 인사 실패 사례로 남게 됐다. 또 “당분간 개각은 없다”고 한 지 한 달여 만에 장관을 경질한 점, 여성 연구원 인사라는 박 대통령의 실험 인사가 실패로 끝난 점 등도 박 대통령의 부담이다.
윤 장관의 해임 소식에 새누리당 김태흠 원내대변인은 “민심을 겸허히 수용한 적절한 조치로 대통령의 공약인 책임총리제를 실천한 사례”라고 평가했다. 민주당 이윤석 수석대변인은 “만시지탄(晩時之歎)으로 이런 밀실인사, 땜질식 인사로는 현 난국을 극복할 수 없다”며 “현 부총리를 포함한 전면적 인사쇄신에 나서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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