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이 세상을 바꿉니다]<1부>나는 동네북이 아닙니다
폭력수위 높으면 감봉 등 중징계… 재발땐 다른부대 전출 ‘극약처방’
한국군도 3년째 언어순화 캠페인
미국 등 선진국 군대에서는 병영에서 욕설과 막말 등 언어폭력을 근절하기 위해 고강도 규제와 처벌 규정을 운영하고 있다. 미군의 경우 영내에서 ‘F’로 시작되는 욕설이나 폭언을 하는 병사를 발견하면 상부에 신고하는 절차를 명문화하고 있다. 사안이 경미할 경우 경고 처분에 그치지만 언어폭력 수위가 높을 경우 지휘관은 군 형법에 따라 해당 장병에게 감봉 조치 등 중징계를 내릴 수 있다. 이후 언어폭력 행위가 또다시 적발될 경우 다른 부대로 전출시키는 ‘극약 처방’을 취하기도 한다. 욕설과 폭언을 일삼는 장병들은 ‘욕쟁이 리스트’에 올라 어딜 가더라도 요주의 대상이 된다. 스스로 언어습관을 고치지 않고는 못 배긴다는 얘기다.
특히 인종과 종교, 정치, 학력과 관련된 폭언이나 인신 모욕성 발언은 금기(禁忌) 행위다. 적발될 경우 지휘 고하를 막론하고 직위해제 등 중징계가 불가피하다. 군내 단합과 사기의 근간을 흔드는 해군(害軍) 행위로 여겨 정상 참작의 여지없이 엄단하는 것.
주한미군은 오래전부터 미군과 카투사 등 한국군 병사 간 상호 존중하는 언어 사용을 장려하는 캠페인을 벌이고 있다. 주한미군 관계자는 “최근 들어 상대방에게 모멸감을 주는 욕설이나 비어(卑語)를 사용하지 말라는 지침이 더 강조되는 추세”라고 말했다.
우리 군도 병영 내 언어폭력과 잘못된 언어습관 근절책을 추진 중이다. 2012년부터 병영 내 언어폭력 근절과 언어문화 개선 캠페인을 대대적으로 추진 중이다. 언어폭력 예방교육 자료를 예하 부대에 배포하는 한편 국방TV 등을 통해 수시로 언어순화 프로그램을 방영했다. 김관진 국방부 장관은 지난해 5월 병영문화를 망가뜨리는 언어폭력을 뿌리 뽑을 것을 지시했다.
군내 언어폭력은 자살 등 각종 군기사고를 초래하고 군 이미지를 좀먹는 주범으로 지목돼 왔다. 군 관계자는 “자존감이 강한 신세대 장병에게 언어폭력에 의한 인격모독과 모멸감은 극단적 선택을 촉발시킬 개연성이 높다”고 말했다.
소대장 이상 지휘관의 직무교육 과정에 언어폭력 예방교육을 강화하는 한편 군 언어문화의 출발점인 각 군 훈련소의 교관, 조교들이 올바른 언어 사용을 체질화할 수 있도록 인성교육을 집중 실시했다. 지난해 9월엔 육해공군 1개 부대씩 언어개선 선도부대를 지정해 언어폭력 실태를 다룬 장병들의 단막극 공연과 간부와 병사로 구성된 ‘언어친절홍보대사’ 등 병영 내 언어폭력 및 폐습 근절을 위한 다양한 아이디어를 발굴했다. 군 관계자는 “올해엔 직급과 부대별 맞춤형 교육책자를 제작 배포해 교육 효과를 극대화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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