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건희 상속분쟁 항소심도 완승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2월 7일 03시 00분


“이맹희, 주식상속 묵인으로 봐야”… 법원, 李회장 정통성 사실상 확인
李회장측 “진정성 확인 된다면 가족 차원 화해도 가능할 것”

삼성그룹 창업주 고 이병철 회장의 차명 재산 상속을 두고 장남 이맹희 전 제일비료 회장과 삼남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이 벌인 ‘삼성가(家) 유산 소송’ 항소심에서 이건희 회장이 완승했다.

서울고법 민사14부(부장판사 윤준)는 이맹희 씨가 이건희 회장을 상대로 낸 주식 등 재산 약 9400억 원에 대한 인도 청구 소송에서 6일 원고 패소 판결을 내렸다. 이 씨가 자신의 상속분이라고 주장한 삼성생명 주식 425만9000여 주, 삼성전자 주식 33만7000여 주, 이익배당금 513억 원 등을 모두 받아들이지 않았다.

재판부는 “이 씨 등 공동 상속인들이 이 회장의 경영권 행사에 오랫동안 이의를 제기하지 않았다”며 “차명 주식의 존재를 미필적으로 인식하고 이 회장의 주식 보유를 양해하거나 묵인했다고 볼 수 있다”고 판단했다. 이 씨 측은 재판 과정에서 이 회장의 단독 상속이 선대 회장의 뜻과 달랐고 재산권이 침해된 사실을 뒤늦게 알았다고 주장했지만 이 역시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사실상 삼성그룹의 정통성이 이 회장에게 승계됐다는 점을 확인해준 셈이다.

재판부는 “삼성생명 주식 12만6000여 주는 이 씨의 상속재산이 맞지만 상속 시점인 1989년 이후 제척기간 10년이 지났다”고 판단했다. 제척기간이란 정해진 기간 내에 법적 권리를 행사하지 않으면 권리가 사라지는 것을 의미한다. 나머지 삼성생명 주식 413만여 주와 삼성전자 주식 33만여 주, 이익배당금 513억 원에 대해선 “상속재산으로 인정할 만한 증거가 부족하다”며 청구를 기각했다.

이 씨는 2012년 2월 “부친이 생전에 다른 사람 이름으로 맡겨 놓은 재산을 이 회장이 다른 상속인들에게 알리지 않고 가져갔으니 상속분을 돌려 달라”며 4조849억 원을 청구하는 소송을 냈다가 지난해 2월 패소했다. 1심 소송에 참여한 차녀 이숙희 씨와 차남 고 이창희 씨 유족은 항소하지 않았다. 이 씨는 청구금액을 1심보다 대폭 줄인 약 96억 원으로 항소했다가 재판 중 9400억 원으로 확정했다. 이 씨는 항소심 막바지에 ‘해원상생(解寃相生·원한을 풀고 함께 살아가는 것)’을 언급하며 화해 조정으로 사건을 마무리 짓자고 제안했으나 이 회장 측은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이날 선고 직후 이 회장 측 윤재윤 변호사는 “판결 절차와 관계없이 진정성이 확인된다면 가족 차원에서의 화해는 가능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밝혔다. 삼성그룹은 공식적 반응을 내놓지 않았지만 1, 2심 모두 승소하자 한숨을 돌리는 분위기다. 이 씨 측은 “단독 상속을 양해했거나 묵인했다는 부분을 납득하기 어렵다”며 “의뢰인과 상의해 상고 여부를 결정하겠다”고 밝혔다.

이서현 기자 baltika7@donga.com
#삼성#이건희#이맹희#주식상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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