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카페]다시 적자로 돌아선 국내 양대 항공사, 파산했다 ‘V字 회복’ JAL에서 배워라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2월 10일 03시 00분


강유현 기자
강유현 기자
최근 기자는 ‘이나모리 가즈오 1155일간의 투쟁’이라는 책을 읽었다. 지난해 12월 발간된 이 책은 ‘교토식 경영’으로 유명한 일본 전자부품 및 세라믹 회사 교세라의 이나모리 가즈오 회장의 이야기다. 그가 파산한 일본항공(JAL)에서 2010년 2월부터 지난해 3월까지 회장으로 재직하면서 일으킨 변화를 담았다.

JAL은 2010년 1월 회사갱생법(기업회생절차) 적용을 신청했다. 당시 JAL은 부채가 2조3221억 엔(약 24조3820억 원)이나 됐다. 영업손실 규모(2009년 기준)도 1337억 엔(약 1조4000억 원)이었다. 그러나 2010년에는 1884억 엔, 2011년엔 2049억 엔의 영업이익을 냈다. 2012년 9월엔 2년 8개월 만에 도쿄증시에 재상장했다.

JAL이 ‘V’자로 회생한 중심에는 이나모리 회장의 ‘아메바 경영(부문별 채산제도)’이 있었다. 3만여 직원을 노선별 세부조직으로 쪼갠 뒤 조종사, 승무원, 탑승권 판매원, 정비사 등이 현장에서 매일 자신이 속한 조직의 채산성과 본인의 기여도를 확인할 수 있게 했다. 그러자 조종사들은 종이컵 대신 자기 컵을 갖고 비행기에 올랐다. 승무원들은 더 친절하게 기내 면세품을 팔았다. 경영자정신으로 무장된 직원들은 아메바(조직)의 자가 분열을 이끌었다.

최근 국내 항공업계의 현실도 만만치 않다. 대한항공은 지난해 176억 원의 영업손실을 내 5년 만에 적자로 돌아섰다. 아시아나항공도 지난해 112억 원의 영업손실로 4년 만에 적자 전환했다.

안타까운 것은 두 회사가 실적 부진 이유를 외부 요인으로 돌리려는 경향이 있다는 점이다.

대한항공은 “북핵 사태, 항공사 간 경쟁 심화, 동남아 정정 불안으로 인한 여객 이익 감소, 항공 화물시장 침체 및 공급 과잉”, 아시아나항공은 “한일 관계 경색, 엔저 지속, 글로벌 경기 회복 지연으로 인한 화물 물동량 감소” 등을 들었다. 책 본문 중 ‘비행기는 태풍이 불면 날지 못하고 경기가 나빠지면 비즈니스 고객이 줄어든다. 항공사 비즈니스는 환율 변동, 원유가 폭등 등 실적 악화의 변명거리를 찾기에는 어려움이 없다’는 문구가 떠올랐다.

책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이나모리 회장의 말은 “나 같은 노인이 무급으로 오징어를 씹어가며 필사적으로 일하는 모습을 보면서 사원들이 뭔가를 느꼈다고 생각한다”였다. 다행스럽게도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은 ‘흑자구조 구축, 위기 극복’을, 박삼구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은 ‘제2의 창업, 워크아웃 졸업’을 강조하며 강력한 드라이브를 걸고 있다. 국내 두 항공사가 이 같은 구호에 걸맞은 절실함을 실천으로 보여주기를 바란다.

강유현·산업부 yhkang@donga.com
#대한항공#아시아나항공#JA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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