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피 1잔 마시면 4분, 권총 1정을 사면 3년, 스포츠카 1대를 사면 59년. 각자 시간의 총량을 부여받고 태어난 사람들은 삶에 필요한 모든 것을 살 때마다 일정한 시간을 깎인다. 주어진 시간을 소진하면 즉시 심장마비로 죽는다. 이는 2011년 개봉한 영화 ‘인 타임(In Time)’ 속 세상이다.
그야말로 ‘시간=돈’인 셈이다. 재테크에서 시간이 곧 돈임을 가장 확실하게 보여주는 게 바로 노후준비 자금이다. 숫자가 이를 잘 말해준다.
가령 당신이 60세 노후자금으로 3억 원을 만들기로 결심했다고 하자. 취업 직후 은퇴준비에 돌입해 28세부터 시작했을 경우 연 5%의 수익률이라고 가정하면 매달 32만 원씩 저축하면 된다. 이런저런 이유로 은퇴준비가 늦어져 50세부터 노후자금을 마련해야 하면 매달 저축해야 하는 돈이 193만 원으로 껑충 뛴다. 20대 후반에 시작했을 때 비교적 수월하게 3억 원을 모을 수 있는 이유는 돈에 30년이라는 시간을 주기 때문이다.
일찍 시작할수록 일이 훨씬 수월해지는 건 ‘복리의 마술’ 덕분이다. 복리는 이자를 원금과 합산해 계속 재투자하는 것을 말한다. 세계적인 투자 귀재 워런 버핏은 복리의 마술을 눈덩이에 비유했다. 그는 “복리는 언덕에서 눈덩이를 굴리는 것과 같다. 작은 덩어리로 시작해서 눈덩이를 굴리다 보면 끝에 가서는 정말 큰 눈덩이가 된다”고 했다.
복리의 효과를 극대화하려면 시간을 길게 가져가야 한다. 한정된 수명을 가진 우리가 재테크에서 긴 시간을 확보하는 유일한 방법은 하루라도 젊었을 때 투자를 시작하는 것이다.
여기에 조금 더 욕심을 낸다면 단 1%포인트라도 수익률을 높이려고 노력해보는 것이다. 예를 들어 35년간 매달 5만 원씩 저축한다고 해보자. 수익률이 연 6%일 때 35년 후 내 손에 쥐어진 돈은 7100만 원이다. 수익률을 연 12%로 극대화하면 이 돈은 3억2500만 원으로 급증한다. 수익률은 두 배 차이지만 시간이 흐른 후 내 손에 들어오는 돈은 네 배가 넘는다. 시간과 함께 수익률이 중요한 이유가 여기에 있다.
최근 삼성생명 은퇴연구소가 1782명을 대상으로 은퇴준비 정도를 조사한 결과 한국인의 은퇴준비 점수가 100점 만점에 56.7점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연령이 낮을수록 은퇴준비 수준이 낮아 30대의 ‘위험’ 등급이 35%로, 조사 연령대 중 가장 높았다.
노후준비에서 시간보다 강력한 힘은 없다. 그 위력을 느껴보고 싶다면 ‘지금’ 시작하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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