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불확실성 갈수록 커지며… 튼튼한 나라-허약한 나라 차별화
투자에 가장 큰 참고는 경제지표… 숫자가 말하는 성장 가능성 주목을
미국이 양적완화 규모를 축소하고 금리 인상 가능성을 내비치면서 그렇지 않아도 힘든 시기를 보냈던 신흥국 시장이 적지 않은 충격을 받았다. 글로벌 시장에 투자하는 많은 투자자도 신흥국에서 잇따라 자금을 빼 선진국 시장으로 옮기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하지만 자세히 살펴보면 선진국이라고 해서 모두 장밋빛 전망이 나오는 것도, 신흥국이라고 해서 모두 암울한 상황에 처한 것도 아니다. 선진 시장에서는 미국이 경기 회복세를 보이며 돈줄을 죄기 시작한 반면 일본은 돈을 더 많이 풀고 있지만 경기 침체를 막지 못하는 등 서로 다른 방향으로 움직이고 있다. 경제 기초체력이 튼튼한 신흥국이라고 인정받은 한국과 대만에 대한 평가도 다르다. 글로벌 투자자들 사이에서 한국의 주가는 저평가됐다고 보는 사람이 많은 반면 20년째 평행선을 그리고 있는 대만의 증시에 대해서는 평가를 유보하는 시각이 많다.
국가 간 차별화는 장기적으로 더욱 커질 것으로 보인다. 루치르 샤르마 모건스탠리 신흥시장 부문 총괄 사장은 저서 ‘브레이크아웃 네이션(Breakout Nations)’에서 국가별 ‘구분’을 확실히 했다. 불확실성이 큰 상황에서도 생존하고 성장할 수 있는 국가와 최근 몇 년간 과도한 빚이나 외국인 자금을 차입해 곧 후유증을 겪을 나라들을 나눠 자세히 설명한 것.
예를 들어 ‘브릭스’로 불리는 브라질, 러시아, 인도, 중국 등 4개국을 단순히 같은 부류로 분류하기는 힘들다. 내수시장 활성화에 국가적 사활을 걸고 있지만 한동안은 성장률 둔화를 피하기 어려워 보이는 중국, 열악한 인프라와 적은 외환보유액 등 국가재정 불안요소를 함께 가진 인도, 미래에 대한 투자보다는 현재의 소비에 치중할 수밖에 없는 브라질, 여전히 석유와 가스에 나라 살림을 의존하고 있는 러시아는 각각 다른 내부적 도전에 직면해 있다.
우리가 글로벌 시장을 단순하게 신흥국, 선진국으로만 나눌 수 없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이 국가들이 직면한 문제와 이를 해결하는 방법에 따라 향후 성장 궤도가 달라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글로벌 투자를 할 때 중요하게 봐야 할 점은 국가가 어느 시장에 속해 있느냐가 아니다. 미국이 양적완화를 줄이더라도 경상수지를 건전하게 유지할 수 있는 나라인지 아닌지가 중요하다.
이 같은 국가의 성장 잠재력을 추측하기 위한 가장 좋은 참고 자료는 각국의 경제지표다. 2008년 금융위기 직후에는 정부의 재정정책이나 중앙은행의 금리정책이 투자 수익률을 좌우하는 중요 요소였지만 지금은 각국의 경제성장률이나 물가상승률, 고용률 같은 경제지표에 시장이 더욱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다. 미국이 돈줄을 죄기 시작하면서 그동안 경제지표가 나쁘게 발표되더라도 ‘중앙은행이 어떻게 해 주겠지’라고 생각했던 막연한 기대감이 이제는 모두 사라졌기 때문이다.
지난 2, 3년 동안 미국 주식 시장이 다른 나라에 비해 강세를 보인 가장 중요한 요인이 2006년 국내총생산(GDP) 대비 6%에 이르렀던 경상수지 적자가 지난해 3분기(7∼9월)에는 2.4%까지 줄었기 때문이다. 지난해 3분기 GDP가 전년 동기보다 4.1% 성장한 점도 큰 역할을 했다.
앞으로는 이처럼 명확한 성장 가능성을 숫자로 제시할 수 있는 국가와 그렇지 못한 국가 간에 차이가 크게 벌어질 수밖에 없을 것이다. 신흥국, 선진국이라는 숲을 보지 말고 개별 국가라는 나무를 잘 쳐다봐야 할 시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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