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태범(25)의 메달 도전과 이규혁(36)의 아름다운 퇴장으로 뜨거운 주목을 받은 소치 겨울올림픽 스피드스케이팅 남자 1000m. 12일(현지 시간) 끝난 이 종목에서 화제가 만발했다.
○ 올림픽에도 대타 출전이?
은메달을 딴 데니 모리슨(29·캐나다)은 당초 이 종목 출전 명단에 없었다. 레이스 하루 전날 그는 모르는 번호의 휴대전화 문자메시지를 받았다. ‘1000m 출전을 원하나. 그렇다면 내 자리를 주겠다’는 내용이었다. 모리슨은 낯선 러시아 전화번호여서 누군가 장난치는 줄 알고 기분이 상해 바로 문자를 지워버렸다. 나중에 알고 보니 지난해 12월 캐나다 대표선발전에서 자신을 제치고 이 종목 출전권을 따낸 동료 길모어 주니오(24)가 보낸 것이었다. 500m에서 10위에 그친 주니오는 “나보다 실력이 좋고 랭킹도 높은 모리슨이 캐나다에 더 도움이 될 것 같아 양보했다”고 말했다. 대표선발전 때 코너를 돌다 넘어지는 불운을 겪었던 모리슨은 뜻하지 않은 대타로 나서 은메달을 목에 건 뒤 주니오와 기쁨을 나눴다. 단체전인 팀 추월에서만 두 차례 올림픽 메달을 딴 모리슨은 처음 개인전 메달을 차지한 뒤 “꿈만 같고 동화 속 이야기 같다”며 기뻐했다. 올림픽 출전은 해당 종목 쿼터를 딴 선수가 아니라 국가에 부여되기에 상황에 따라 선수 교체가 가능하다.
○ 이상화마저 없었다면…
네덜란드의 노장 스테판 흐로타위스(33)가 금메달을 안았고 동메달은 네덜란드의 미헐 뮐더르에게 돌아갔다. 이로써 네덜란드는 이날까지 치른 스피드스케이팅 5개 종목에서 금메달 4개를 휩쓸었다. 네덜란드가 놓친 유일한 금메달은 이상화가 2연패를 달성한 여자 500m였다. 전통적인 강세 종목인 장거리에 이어 단거리까지 석권하고 있는 네덜란드의 오렌지빛 고속 질주는 멈출 줄 몰랐다. ○ 무너진 빙상 제왕
샤니 데이비스(미국)는 2006년 이탈리아 토리노, 2010년 캐나다 밴쿠버 대회에서 올림픽 2회 연속 우승했다. 1000m 세계 기록 보유자인 그는 이번에 대회 3연패에 도전했지만 8위에 그쳐 노메달의 수모를 안았다. 데이비스는 “변명이 없다. 평소 스피드를 내지 못했다”며 허탈해했다. 미국 선수단은 스노보드에서 3연패를 노렸던 숀 화이트가 전날 4위에 머문 데 이어 이틀 연속 멘붕에 빠질 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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