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일 이규혁의 마지막 레이스를 TV 생중계로 지켜보며 어머니 이인숙 씨(55·전국스케이팅연합회장)는 4년 전 밴쿠버 겨울올림픽이 끝난 뒤 아들에게 했던 말을 떠올렸다. 당시 경기 뒤 기자회견에서 “안 되는 걸 도전한다는 게 너무 슬펐다”며 눈물을 보인 아들의 모습에 이 씨도 가슴을 움켜잡고 울었다.
1994년 릴레함메르 겨울올림픽 이후 한 번도 아들의 국제대회 경기를 생중계로 본 적이 없었던 이 씨는 12일 경기 시작 4시간 전 아들의 전화를 받았다. “엄마, 이번에는 꼭 경기 (생중계로) 봐줘요. 진짜 마지막이니까….” 이 씨는 힘주어 답했다. “알겠어. 엄마가 눈 동그랗게 뜨고 잘 지켜볼 테니까 걱정 마”라고. 이 씨는 “규혁이가 여느 겨울올림픽보다 편하게 이번 대회를 준비했다”고 했다.
12일 마지막 레이스에서 이규혁은 초반 전성기 때의 스피드를 보였다. 진작 욕심을 버렸던 이 씨도 순간적으로 아들의 메달을 응원했다. 하지만 이규혁은 600m 이후 체력이 떨어졌다. ‘조금만 나이가 어렸어도 충분히 메달권에 들었을 텐데….’ 이 씨의 마음속에 어쩔 수 없는 아쉬움이 떠올랐다.
하지만 레이스를 마친 뒤 밝은 표정으로 객석을 향해 손을 흔들어 보이는 아들을 보고 이 씨는 생각을 바꿨다. 이전 올림픽에서는 볼 수 없었던 모습이었다. “경기를 마치고 웃는 아들을 보니까 그제야 ‘시원섭섭하다’는 말이 무엇인지 실감이 나더라고요.”
이 씨는 13일 이 말을 꼭 팬들에게 전해 달라고 했다. “밴쿠버 겨울올림픽 직후에는 저도 아들에게 ‘스케이트 그만하자’고 했는데…. 규혁이가 마지막 레이스에 설 수 있도록 성원해 준 여러분께 진심으로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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