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빙속 여제’ 이상화(25)의 신기록 행진은 때와 장소를 가리지 않았다. 소치 겨울올림픽 빙상 종목에서는 좀처럼 기록 경신을 보기 힘들다. 13일까지 세계신기록은 전혀 없었으며 2명이 올림픽신기록을 세웠을 뿐이다. 이상화는 스피드스케이팅 여자 500m 레이스에서 합계 74초70(1차 37초42, 2차 37초28)으로 신기록의 이정표를 세웠다. 남자 5000m 스벤 크라머르(네덜란드)는 역대 올림픽 사상 가장 빠른 6분10초76으로 결승선을 통과했다.
기록 기근은 낮은 해발 고도 때문이다. 고도가 낮을수록 기압은 높아지고 공기 밀도가 커져 스피드 향상에 걸림돌로 작용한다. 빙상 경기가 열리는 소치 아들레르 아레나는 해발 4m에 위치해 있다. 이상화가 깨뜨린 이 종목의 종전 올림픽기록은 2002년 솔트레이크시티 대회에서 나왔는데 경기장 해발 고도는 1330m였다. 스포츠 과학자들에 따르면 이상화가 이번과 같은 컨디션으로 소치가 아닌 솔트레이크시티에서 경기를 했다면 0.5초 이상 단축했을 것이란 예측을 내놓았다.
소치 빙상장은 흑해 연안에 있어 높은 습도로 빙질을 떨어뜨려 기록 단축을 저해한다는 분석도 나온다. 하지만 이상화에게는 아무 문제가 없었다. 최적의 장소였다면 자신이 지난해 월드컵 때 세운 세계신기록(36초36)도 깨뜨릴 수 있었다는 얘기다.
이상화는 14일 소치 코리아하우스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체중 감량의 효과가 컸다. 프로필에 나온 62kg보다 더 뺐다. 체중이 줄면 몸이 가벼워져 스케이팅이 훨씬 수월해진다”고 말했다. 또 그는 “엄청난 부담감을 이겨내 뿌듯하다. 지난해 세계신기록을 세운 뒤 자신감이 생겼다. 본인의 운동량과 어떻게 노력했느냐에 따라 기록이 나오는 것이다. 남은 기간 2연패의 기쁨을 만끽하고 싶다. 가볍게 운동하면서 동료들을 응원하러 다니겠다”고 덧붙였다.
이날 이상화는 올림픽 2연패를 노리는 김연아에 대한 덕담도 빼놓지 않았다. “연아도 하던 대로 하면 잘할 것 같다. 아까 연아랑 문자메시지를 주고받았다. ‘즐기라’고 했는데 연아는 나보다 훨씬 나은 것 같다. 긴장하는 기색이 전혀 없더라.”
한편 자신의 결혼설이 나온 데 대해 이상화는 “말도 안 되는 추측성 기사다. 놀랍고 당황스럽다”며 손사래를 쳤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