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대표 수출기업인 현대자동차는 엔화 약세에 발목이 잡히면서 지난해 내내 주가가 지지부진했다. 하지만 올 들어 엔화 약세 기조가 흔들리면서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엔화 약세가 주춤하자 국내 증권사들도 본격적으로 추천주 목록에 현대차의 이름을 올리기 시작했다.
전문가들은 이런 흐름이 현대차 주가에 긍정적인 영향을 주지만 엔화 강세가 확실해지지 않는 한 영향은 제한적일 것으로 분석했다. 환율 변수보다 신차 출시 등에 주목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었다.
○ 주요 시장 판매량 늘어 호재
우리투자증권은 최근 보고서에서 “신차 출시로 지난해 부진했던 내수와 미국시장 판매가 점진적 회복세를 보일 것”으로 예상했다.
실제로 현대차는 기술력과 가격 경쟁력을 무기로 세계시장 판매량을 높이고 있다. 현대차 미국 판매법인은 지난달 판매량이 4만4005대로 집계됐다고 밝혔다. 지난해 1월(4만3713대)보다 0.71% 증가한 것으로 현대차의 미국 진출 이후 1월 판매량으로는 최대 수치다. 주력 차종인 ‘엘란트라’(국내명 아반떼)와 ‘싼타페’가 인기를 이끌었다.
지난달 브라질 판매량도 1만8222대로 작년보다 25% 늘었다. 이에 따라 현대차는 피아트 폴크스바겐 제너럴모터스(GM)에 이어 브라질 시장 점유율 4위를 차지했다. 2012년부터 본격적으로 가동한 브라질 현지 공장에서 생산하는 소형 해치백 ‘HB20’이 사랑을 받았다. 이 차는 브라질 시장을 겨냥해 만든 현지 전략 차종으로, 바이오에탄올과 가솔린을 모두 연료로 사용할 수 있다. 현대차는 브라질에서 6월 월드컵이 열리는 등 스포츠 행사 특수도 누릴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현대차는 신흥국에서 전반적으로 성장세를 보이고 있는데 지난해 현대차의 해외 매출 중 37%가 브라질, 러시아, 인도, 중국 등에서 나왔다.
안방에서 슬금슬금 내줬던 시장점유율도 지난달부터 회복되기 시작했다. 지난달 판매량은 직전 해 동기 대비 2.6%가량 상승했다.
○ 신차 효과 기대
전문가들은 신차가 현대차의 1분기(1∼3월) 실적을 이끌어갈 것으로 내다봤다. 실제로 지난해 11월 출시한 완전 변경(풀체인지) 모델 ‘신형 제네시스’ 사전 계약이 약 두 달 만에 1만5000대를 돌파하는 등 큰 인기를 끌고 있다. 제네시스 연간 판매 목표가 3만 대인데, 그 절반을 이 기간에 판매한 것.
다음 달 출시하는 ‘LF 쏘나타’도 관심을 모으고 있다. 1985년 처음 선을 보인 쏘나타는 1∼6세대에 이르기까지 차명은 조금씩 바뀌었지만 26년간 쏘나타라는 브랜드를 지켜가며 국내 최장수 자동차 브랜드이자 매년 글로벌 시장에서는 40만 대가 넘는 차량을 판매하는 인기 제품이다.
이상현 NH농협증권 연구원은 “1월 미국 산업수요 감소에도 현대차의 미국시장 점유율은 긍정적으로 늘어날 것”이라며 “제네시스, 쏘나타 등 신차 투입이 효과를 낼 것”으로 내다봤다. 미국 금융주간지 배런스도 최근 현대차가 성장둔화 등 부진을 털어내고 다시 정상궤도에 올라 미국 일본 등 경쟁업체들을 추월할 것이라고 보도했다.
지난해 4월 장중 17만 원대로 떨어졌던 현대차 주가는 올 들어 22만∼23만 원대 박스권에 갇혀 있다. 신차 투입 효과로 박스권을 탈출할 수 있을지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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