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횡설수설/허승호]태양이 지구를 돈다고 믿는 사람들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2월 18일 03시 00분


땅이 둥글다는 것, 끝없이 펼쳐진 땅덩어리보다 손톱만 하게 보이는 해가 훨씬 크다는 것, 태양까지의 거리가 달까지의 거리보다 훨씬 멀다는 것, 해 달 별 등 천체가 도는 것이 아니라 땅이 돈다는 것…. 이 같은 과학적 상식 중 인류가 가장 힘들고 어렵게 확인한 것은 무엇일까. 땅이 둥글다는 사실을 처음 논증한 사람은 2350년 전 아리스토텔레스였다. 그는 월식(月蝕)이 달이 지구의 그림자 속에 들어가는 현상임을 정확하게 파악했다. 또 월식 때 달에 비친 지구의 둥근 그림자를 지목하며 “저게 바로 지구의 모습”이라고 설명했다.

▷2300년 전 아리스타르코스는 삼각법을 이용해 지구∼해의 거리는 지구∼달의 거리의 20배쯤 되며, 해 지구 달의 지름비는 20:3:1쯤 된다고 계산했다. 이 수치는 실제와 차이가 크지만 측정 오차였을 뿐 계산의 원리만큼은 놀라우리만큼 정확했다. 지구의 크기는 2200년 전 에라토스테네스가 쟀다. 지구를 구(球)라고 보고 역시 삼각법으로 계산해 얻은 지구 둘레의 값은 4만6000km. 실제치 4만 km에 꽤 근접했다.

▷지동설(地動說)과 천동설(天動說)의 논쟁은 17세기까지 계속됐다. 갈릴레이가 망원경을 발명해 움직일 수 없는 증거가 나올 때까지였다. 물론 갈릴레이도 당시엔 자신의 주장을 매우 조심스레 펴야 했다. 이처럼 과학사를 더듬어보면 인류가 과학의 많은 지식을 고대 그리스의 자연철학자들에게 빚지고 있으며, 그 지식을 얻는 과정이 결코 쉽지 않았음을 알 수 있다.

▷과학지식을 대중에게 알리는 일도 어렵다. 미국 국립과학재단(NSF)의 최근 조사에 따르면 미국인의 26%가 ‘하늘이 돈다’고 잘못 알고 있었다. 한국인의 정답률은 86%로 비교 대상국 중 가장 높았다. ‘우주는 빅뱅(대폭발)에서 생성됐나’는 질문의 정답률도 미국은 39%지만 한국은 67%였다. 정답률이 가장 낮은 문항은 ‘인류는 원시동물에서 진화했나’라는 것. 미국선 48%, 한국선 64%만이 ‘그렇다’였다. 여기엔 과학적 무지 탓도 있지만 ‘창조론에 대한 종교적 신념’이 더해졌기 때문이다.

허승호 논설위원 tigera@donga.com
#아리스토텔레스#지동설#천동설#과학#창조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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