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업 유치한 화성-거제-창원 “서울 안부러워”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2월 18일 03시 00분


[기업이 간다, 도시가 산다]
일자리 늘고 소득수준 껑충… 문화-교육 혜택도 풍성해져

‘봄 철쭉축제, 여름 야외 음악회, 가을 사랑의 달리기, 겨울 뮤지컬 공연.’

경기 화성시에 사는 이승옥 씨(60)는 설에 계절별 가족 문화활동 계획을 세웠다. 15년 전까지만 해도 평범한 농촌이었던 화성에서 문화행사를 즐기려면 서울이나 경기 수원시에 가야 했다. 이제는 동네에서도 문화생활을 즐긴다. 2001년 삼성전자 반도체 부문의 주요 시설이 들어서면서부터 이 회사가 다양한 문화 혜택을 제공하기 때문이다. 지난해 삼성전자가 화성 주민들에게 선보인 문화행사는 총 14건.

이 씨는 “예전엔 화성이 낙후 지역이었지만 삼성전자가 들어온 뒤에는 과학·문화 도시로 바뀌었다”고 말했다.

기업이 도시를 살리고 있다. 기업이 오면 주민들의 일자리가 늘고, 소득 수준이 높아지면서 지역경제가 살아난다. 기업 활동이 활발한 도시들은 최근 10년간 연평균 지역내총생산(GRDP) 증가율이 10%를 넘어설 정도로 성장세가 가파르다.

동아일보는 17일 전국 지방자치단체(지자체)의 2002∼2011년(10년) GRDP를 분석했다. 2005년부터 GRDP를 발표한 전남, 전북, 제주는 2007∼2011년(5년) 수치를 분석했다.

이 기간 연평균 GRDP 증가율이 상위 20위 안에 든 지자체 중 13곳은 10대 그룹 계열사의 생산·연구시설이 있었다. 최상위권에 오른 지자체에는 삼성, 현대자동차, LG, 현대중공업 같은 글로벌 기업의 주요 시설이 있었다.

장재홍 산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기업으로 도시 경제가 살아나면 문화, 교육 등으로도 혜택이 확산돼 도시 전체가 한 단계 도약한다”고 말했다.

충남 당진시의 합덕제철고는 지원 학생이 없어 한때 폐교 위기에 몰렸다. 하지만 2008년 현대제철과 산학협력을 맺고 철강 마이스터고로 전환하면서 지역 명문 고교로 되살아났다. 경남 거제시의 조선소 밀집 지역은 외국인 임직원들이 상주하면서 이국적인 문화거리로 탈바꿈했다. 창원시는 기업담당 부서의 이름을 ‘기업사랑과’로 정했고, 지역 기업의 이름을 따 ‘기업의 날’을 지정하는 곳도 등장하고 있다. 지방화 20년을 맞아 기업과 도시의 결합이 다양한 분야로 확산되고 있다.

이세형 turtle@donga.com·김아연 기자
#대기업#일자리#기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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