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태경 “판사도 미쳤냐?”-진중권 “판사가 미쳤다” 설전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2월 18일 14시 13분


새누리당 하태경 의원과 진보논객 진중권 동양대 교수가 통합진보당 이석기 의원 등에 대한 법원의 유죄판결을 두고 SNS에서 또 한 번 맞붙었다.

하 의원이 먼저 싸움을 걸었다. 18일 오전 1시경 트위터를 통해 "진중권 씨, 이석기에 징역 20년 구형한 검찰을 미쳤다고 했지요. 이제 12년을 선고한 판사에게도 미쳤다고 해보시죠"라고 비꼬았다. 진 교수는 지난 3일 결심공판에서 검찰이 이석기 의원에게 징역 20년을 구형하자 "이석기, 징역 20년 구형. '허황한 꿈'을 꾸는 이석기도 미쳤지만, 그 '허황한 꿈'에 20년을 구형하는 검찰도 미쳤다"고 싸잡아 비난 한 바 있다.

하 교수의 '도발'에 진 교수가 곧바로 반격했다.
그는 자신의 트위터에 "예, 판사가 미쳤습니다. 하태경 의원님은 십수 년 전이라면 그 판결이 자신에게 내려질 수 있었음을 알아야 합니다"고 꼬집었다. 진 교수는 하 의원이 한때 '주사파'였다고 여러 차례 지적한 바 있다.

그러자 하 의원은 "과거 NL(민족해방파) 중 이석기처럼 폭동과 테러하자고 덤빈 사람들 거의 없죠. NL들이 아무리 멍청했어도 이석기처럼 무모하지 않았어요. 진 선생은 NL과 주사파를 그렇게 모르니 허튼소리만 하는 거예요"라고 진 교수를 자극했다.

이번에도 진 교수가 즉각 반격했다. 그는 "내 비록 주사파를 싫어하고, 운동권 시절부터 그들과 싸웠지만, 자유주의자로서 그들이 발언할 자유와 그들이 누려야 할 인권은 옹호합니다. 그런데 한때 동지였던 사람들에게 의원님이 하는 행태를 보면, 인간이 싫어집니다"고 하 의원을 비난했다.

그러자 하 의원은 "중권 님은 PD(민중민주파) 내 여러 계파가 있었던 것처럼 NL 내에 주사, 비주사 나누어져 있는 것도 모르고 내가 김일성 만세 외치던 주사파가 아니었던 것도 몰랐죠. 그렇게 주사파에 대해 모르시면 이석기, 김재연 등의 문제에 대해 침묵하세요"라고 맞받았다.

진 교수는 이에 "의원님, 왜 갑자기 착한척 하세요? 어차피 혁명의 기본은 무장봉기 아니었던가요?"라고 비꼬았고, 하 의원은 그러자 "판사의 말 돌려드리죠. '추상적 합의를 넘는 구체적 모의에 해당'. 이 점이 이석기가 과거 주사파를 뛰어넘는 걸출함이죠. 1994년 때도 전시국면이 조성되었지만 이 씨처럼 내란 도모한 주사파 없었어요"라고 주장했다.

하 의원은 또 "한 때 동지였던 사람에게 제가 하는 행태를 보면 인간이 싫어진다고 하셨나요?"라면서 "전 그들과 같은 조직을 한 적 없어요. 근데 님께선 그들과 같은 정당까지 했었죠. 저보다 님께서 훨씬 가까운 동지였어요. 저보다 님 자신을 더욱 싫어하셔야죠"라며 진 교수의 과거 민주노동당 활동을 지적했다.

진 교수는 하 교수와의 논쟁에 앞서 이석기 의원에 대한 징역 12년 자격정지 10년 선고와 관련해 "이석기 판결은 10년만 지나도 야만적인 폭력으로 여겨질 것이라 믿습니다. 아무 소용은 없겠지만 여기에 작으나마 내 항의의 목소리를 하나 적어둡니다"고 밝혔다.

두 사람은 MBC '진짜사나이'의 소설가 이외수 씨 출연분 통편집 논란 등 우리 사회의 좌우 대립과 관련해 SNS를 통해 몇차례 논쟁을 벌인 적이 있다. 최근에는 '좌경맹동주의'라는 용어를 두고 살벌한 언쟁을 벌인 바 있다. 당시 하 의원이 "진중권도 노화현상이 오나 봐요. 과거 읽었던 책 기억이 잘 안나고 헷갈리겠죠"라고 공격하자 진 교수는 "하태경 의원님, PD야 책이라도 읽었지 주사파는 책도 안 읽었잖아요. 머리에 든 게 없을 텐데, 너무 무리하시는 듯"이라고 인신공격성 발언을 주고 받기도 했다.

박해식 동아닷컴 기자 pistol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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