쇼트트랙 계주는 한 선수만 잘한다고 해서 우승할 수 있는 종목이 아니다. 4명이 고른 실력을 지녀야 하지만 각자의 단점을 메워주면서 장점을 살려주는 것이 더 중요하다. 한국 여자 쇼트트랙 대표팀은 4명의 선수가 각자의 장점으로 서로의 단점을 메우며 최강의 팀을 만들었다.
여자 500m에서 동메달을 따낸 박승희(22·화성시청)는 18일 여자 3000m 계주 결선에서 1번 주자로 나섰다. 1번 주자는 보통 스타트가 빠르고 몸싸움이 강한 선수가 맡는다. 박승희는 대표팀에서도 가장 스타트가 빠른 선수다. 여자 500m 결선에서도 가장 먼저 선두로 치고 나갔다. 인코스를 차지하기 위한 치열한 몸싸움에서도 절대 밀리지 않았다. 김기훈 전 쇼트트랙 대표팀 감독(현 울산과학대 교수)은 “박승희는 2010년 밴쿠버 올림픽에서도 1번 주자를 맡았을 정도로 스타트에서는 국내 최고의 선수”라고 평가했다.
마무리는 폭발적인 스피드를 가진 심석희(17·세화여고)가 맡았다. 여자 대표팀의 에이스인 심석희는 중장거리 전문으로 알려져 있지만 중학생 때는 국내 대회 500m에서 종종 우승할 정도로 모든 종목에서 고른 기량을 지니고 있다. 주자 교체 없이 마지막 두 바퀴를 뛰어야 하는 만큼 심석희의 폭발적인 스퍼트는 대표팀에 큰 도움이 됐다. 김 전 감독은 “막판에 선두를 유지하고 상황에 따라 추월까지 가능한 선수가 심석희”라고 말했다.
3, 4번 주자로 나선 조해리(28·고양시청)와 김아랑(19·전주제일고)도 다른 팀에서는 에이스로 뛸 정도의 실력을 갖춘 선수다. 보통 계주에서 순위가 뒤바뀔 때가 3, 4번 주자들이 달릴 때다. 하지만 조해리와 김아랑이 버틴 한국 대표팀에는 해당되지 않았다.
풍부한 경험을 지닌 대표팀의 맏언니 조해리는 2002년부터 국제대회에서 뛰어 노련미가 뛰어나다. 2010년 밴쿠버 올림픽도 경험했다. 당시 대표팀에서 함께 뛰었던 성시백은 “많은 국제대회를 경험하면서 어린 선수들에게 조언을 해준다”고 말했다. 이번 시즌 월드컵에서 4개의 메달을 목에 건 김아랑은 뛰어난 힘에 경기운영 능력이 뛰어나다. 선수들이 김아랑과 함께 뛸 때 든든함을 느낀다고 말할 정도다.
박승희는 경기 전 “계주는 각자 맡은 역할이 있고, 하던 대로만 한다면 금메달을 가져올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의 말은 실현됐다. 각기 다른 색깔을 지닌 4명의 선수가 맡은 역할을 완벽하게 해내며 한국에 귀중한 금메달을 안겨줬다.
대만계 화교 3세로 2011년 체육 분야 우수인재 특별귀화를 통해 한국 국적을 얻은 공상정(18·유봉여고)은 단체전인 계주 준결선 때 뛰었기 때문에 메달 수상 자격을 얻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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