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窓]내가 낳은 주폭 아들, 내가… 엄마는 눈을 질끈 감았다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2월 20일 03시 00분


착했던 아들 조기유학뒤 망나니로… 가족앞 흉기 난동 ‘공포의 4년’
술취해 잠든 아들에 비극적 선택… “내가 죽였다” 경찰에 통곡의 자수

19일 경기 용인동부경찰서 유치장. A 씨(45·여)는 식사도 거의 못한 채 물만 마시고 있었다. 그는 경찰의 질문에 조용히 사실을 털어놓았다.

“왜 아들을 죽였어요?”(경찰)

“내가 낳은 자식이니 내가 죽일 수밖에 없었어요.”

사연은 이랬다. A 씨는 18일 오후 3시 20분경 경기 용인시 자택 소파에 앉아 긴 한숨을 내쉬었다. 조금 전까지 술에 취해 흉기를 든 채 “가족을 모두 죽이겠다”며 난동을 부리던 큰아들(21·무직)이 자기 방으로 가 쓰러져 잠든 뒤였다. 지난 4년간의 말 못할 아픈 기억들이 주마등처럼 스쳐 지나갔다.

큰아들은 중국 유학을 보내기 전까지 말 잘 듣고 성실한 아이였다. ‘중국어라도 배워두면 세상 사는 데 도움이 될까’ 싶어 중학교 때 3년간 중국 조기유학을 보냈다. 그런데 그게 오히려 독이 됐다. 아들은 이국땅에서 망가졌다. 한국인 친구들과 어울리다 술을 입에 대기 시작했다. 그렇게 유학을 마치고 온 아들은 완전히 다른 사람이 돼 있었다. 폭음을 했고 취하면 행패를 부렸다. 처음에는 남편(54·회사원)이 점잖게 타이르거나 때로는 혼을 내기도 했지만 그때뿐이었다. 시간이 지날수록 아들의 상태는 더 나빠졌다. 술을 마시면 친구들과 몰려다니며 주먹질을 하기 일쑤였다. 집에 오면 흉기를 들고 난동을 부렸다. 이웃 보기 민망해 이사한 것도 여러 번이었다.

지난해에는 술을 마시고 오토바이를 타다 머리를 크게 다쳐 서울의 한 병원에서 장시간 뇌수술을 받았다. 어머니는 “조금만 늦었으면 죽었을 것”이라는 의사의 말에 가슴을 쓸어내렸다. 그런 한편으로 ‘우리 아들이 어쩌다 이 지경이 됐나’ 하는 생각에 남편을 붙잡고 한참을 울었다.

큰아들은 17일에도 친구들과 술을 마시고 흉기 난동을 벌이다 하룻밤 유치장 신세를 졌다. A 씨는 남편과 함께 이튿날 오전에 큰아들을 데려왔다. 남편이 아들을 타이르겠다며 점심을 먹으며 소주 3병을 나눠 마신 뒤 집으로 돌아왔다. 하지만 아들은 또다시 행패를 부렸다.

A 씨는 아들을 남겨둔 채 남편을 밖으로 내보냈다. ‘내가 낳은 자식 내가 거둬야겠다’고 결심했다. 잠시 후 A 씨는 조용히 잠든 아들에게 다가가 손발을 묶었다. 그러곤 눈을 질끈 감고 아들의 목을 졸랐다. 얼마나 시간이 흘렀을까. 강하게 꿈틀대던 아들의 움직임이 잦아들었다. A 씨는 한참을 통곡하다 직접 경찰에 전화를 걸어 “아들을 죽였다”고 신고했다. 경찰서로 달려온 남편은 아내에게 “내가 해야 할 일을 왜 당신이 했느냐”며 고개를 숙였다. 작은아들(18)은 “엄마 때문에 참고 살아왔는데…”라며 흐느꼈다. A 씨는 작은아들에게 “주위 사람이 물으면 여행 갔다고 해라. 마음 굳게 먹고 잘 살아라”라며 눈물을 흘렸다.

경찰은 19일 A 씨에 대해 살인 혐의로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용인=남경현 기자 bibulus@donga.com
#조기유학#주폭아들#흉기난동#살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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