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명의 사망자를 낸 경북 경주시 마우나오션리조트 체육관 붕괴 참사를 계기로 폭설 관측체계와 대비 시스템을 총체적으로 바꿔야 한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삼면이 바다로 둘러싸인 우리나라는 태풍이나 여름철 폭우에 대해서는 꾸준히 관측장비를 늘리고 대비책을 세워왔지만 폭설 대비책은 부실했다. 전문가들은 세계적인 기후변화가 꾸준히 나타나 앞으로 폭설로 인한 더 큰 재난상황이 발생할 수도 있다고 경고한다.
19일 기상청 자료에 따르면 현재까지 우리나라에서 발생한 자연재해 중 가장 피해가 큰 재난은 태풍이다. 한국이 영향권인 북서태평양에서만 매년 평균 25.6개의 태풍이 발생한다. 이 중 매년 평균 3개가 여름철 한국에 상륙한다. 매년 태풍으로 인한 재산 피해는 연평균 1조3816억 원, 사상자는 평균 49명이다. 소방방재청에 따르면 2012년 태풍으로 인한 사망자는 14명, 폭우로 인한 사망자는 2명이지만 폭설로 인한 사망자는 없었다. 재산 피해 규모도 소방방재청 추산으로 태풍이 10억371만 원, 폭우가 3843만 원인 데 비해 폭설은 2035만 원이었다.
피해 규모가 적다는 점 때문에 폭설 대처에는 비교적 소홀했다. 시민들로서는 태풍이나 폭우가 임박한 경우 뉴스속보와 TV 자막을 통해 실시간으로 강수량 변화, 바람 세기, 예상 피해 규모, 대처 요령을 알 수 있었다. 반면 폭설은 눈이 내리기 전 강설량이 몇 cm 정도 될 것이라는 예보만 알 수 있을 뿐 실시간으로 각 지역 강설량이 어떻게 변하는지, 내리는 눈이 금방 녹는 성질인지, 이번 붕괴사고처럼 녹지 않고 무거운 습설(濕雪)인지는 알 수 없었다.
기상장비 규모에서도 차이가 컸다. 기상청에 따르면 강수량을 측정하는 자동기상관측장비(AWS)는 전국에 약 600개가 설치돼 운영되고 있다. 빗물이 차오르면 실시간으로 강우량 데이터가 갱신되고 기상청으로 정보가 전송된다. 반면 초음파를 눈에 발사한 뒤 되돌아오는 속도를 계산해 강설량을 측정하는 초음파식 적설계는 2012년 기상연감에 따르면 전국에 73대뿐이다. 화면을 통해 강설량을 확인하는 적설 폐쇄회로(CC)TV는 전국에 116대가 있다. 기상청 허진호 통보관은 “눈은 빗물과 달라 대부분 기상청 직원이 직접 자를 들고 높이를 재야 한다”며 “얼고 녹기를 반복하거나 눈의 성질이 다양하기 때문에 빗물 측정에 비해 어려움이 있다”고 말했다. 이번 붕괴사고의 원인이 된 습설도 일반 눈보다 습기가 많아 1.5∼2배 더 무거운 것으로 알려졌다.
전문가들은 겨울철 이상기후가 잦아지고 폭설 피해가 늘어날 개연성이 크다고 경고했다. 예상욱 한양대 해양융합과학과 교수는 “한국의 겨울 기온은 북극 공기의 흐름에 따라 달라지기 때문에 흐름이 불규칙하게 변하고 있다”며 “10년 주기로 보면 우리나라가 속한 동아시아로 찬 공기가 많이 유입되고 있는 흐름이다”라고 분석했다. 갈수록 불규칙해지는 겨울 날씨가 어떤 재해를 불러올지 예측하기 어렵다는 지적이다.
올겨울에도 세계 곳곳에서 폭설 및 한파 피해가 잇따랐다. 1월 폭설이 내린 독일 베를린에서는 132건의 교통사고로 2명이 숨졌다. 미국 중서부 지역에서는 폭설로 20여 명이 숨지고 항공편 1만8000여 편이 지연 또는 결항됐다.
전문가들은 이제 폭설도 태풍과 폭우와 같은 수준의 자연재난으로 인식하고 관측장비를 늘려야 한다고 지적했다. 기상청은 높이가 아니라 무게로 강설량을 측정하는 측정장비를 시험 중이지만 실제 가동은 2017년 정도가 돼야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김승배 기상아카데미 대표는 “현재 더 나은 장비가 없다면 적설계 수를 늘리고 장기적으로 신뢰도가 높은 자동관측장비 도입을 추진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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