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존 학생들 “붕괴 장면 떠올라 괴로워”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2월 2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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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입생 행사장 붕괴 참사]
전문가들 “외상후 스트레스 살펴야”

경찰 등 합동현장감식… “지붕 제설 안해” 진술 확보



경찰과 국립과학수사연구원, 한국시설안전공단과 한국강구조학회 등 전문가로 구성된 합동현장감식팀이 19일 오전 경북 경주시 양남면 마우나오션리조트 체육관 붕괴 사고 현장에서 조사를 벌이고 있다. 이날 브리핑에서 경북경찰청은 “리조트 관계자로부터 ‘진입도로만 제설 작업을 하고 지붕의 눈은 전혀 치우지 않았다’는 진술을 확보했다”고 밝혔다.

경주=양회성 기자 yohan@donga.com
경찰 등 합동현장감식… “지붕 제설 안해” 진술 확보 경찰과 국립과학수사연구원, 한국시설안전공단과 한국강구조학회 등 전문가로 구성된 합동현장감식팀이 19일 오전 경북 경주시 양남면 마우나오션리조트 체육관 붕괴 사고 현장에서 조사를 벌이고 있다. 이날 브리핑에서 경북경찰청은 “리조트 관계자로부터 ‘진입도로만 제설 작업을 하고 지붕의 눈은 전혀 치우지 않았다’는 진술을 확보했다”고 밝혔다. 경주=양회성 기자 yohan@donga.com
“애가 꾸벅꾸벅 졸면서 잠을 못 자요.”

경주 마우나오션리조트 체육관 붕괴 사고 부상자인 이모 씨(19)의 어머니(46)는 19일 “아들이 사고 기억 때문에 무척 힘들어하는 상태”라며 “이러다 병 생기는 거 아닌가 걱정”이라고 말했다. 이 씨는 사고 당시 머리를 다쳐 13바늘을 꿰맸다.

이날 장례식장을 찾은 학생 가운데 일부는 정신적 충격을 받으면 생기는 외상 후 스트레스 증후군(PTSS)과 유사한 증상을 보였다. 부산 침례병원 장례식장 입구 계단에서는 한 여학생이 쪼그리고 앉아 통곡하며 알아들을 수 없는 말로 혼자 중얼거렸다. 이곳 빈소에서는 멍한 표정으로 영정을 물끄러미 쳐다보는 학생들을 볼 수 있었다. 이 병원 간호사는 “사고 학생들이 정신의학과 진료 문의를 하는 건수가 계속 늘고 있다”고 말했다.

이에 앞서 사고 다음 날인 18일 리조트에 남아 있던 생존 학생들도 참사 충격에서 좀처럼 벗어나지 못하는 모습이었다. 숙소 앞에서 두 손으로 얼굴을 감싸고 우는 여학생도 보였다. 옆에서 달래는 학생 또한 초점 없이 멍한 표정이었다. 사고 현장을 다시 찾은 한 학생은 “체육관 출입구 앞에서 친구들이 뒤엉켜 넘어지고 깔리는 장면이 자꾸 떠올라 괴롭다”며 말을 잇지 못했다. 대부분의 학생은 인터뷰 요청에 극도로 민감한 반응을 보이며 거절했다. 고개를 숙이고 사람을 피해 다녔다.

리조트 체육관 붕괴 사고를 겪은 학생들이 이처럼 큰 정신적 외상을 겪었지만 별다른 치료를 받지 못하고 있어 대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사고대책본부는 현장 수습과 장례 절차에 집중할 뿐 학생들의 PTSS 피해 현황 조사에는 손을 놓고 있는 상황이다.

18일 사고 현장을 찾은 새누리당 신의진 국회의원(비례대표·의사)은 “생존자와 부상자 100여 명이 치료를 받고 상당수가 그냥 귀가했는데 이는 매우 부적절한 조치”라며 “큰 사고로 충격을 받은 환자는 초기 진단과 동시에 인체에 통증 조절 기능이 제대로 작동하는지 지켜보는 것이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이어 “지금부터라도 불면증이 심하거나 정신적 이상 증세를 보이는 학생들을 조사해 하루빨리 치료를 받게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PTSS는 사고 직후 처음에는 괜찮다가도 시간이 갈수록 두려움이나 무력감, 정신적 고통이 유발된다. 붕괴된 체육관의 어둠 속에서 생명의 위협을 느끼며 참혹하고 처절했던 당시 상황이 눈을 감으면 떠오르고 친구들의 아우성이 들려 잠을 이루지 못할 수 있다. 김정범 계명대 동산의료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재난사고는 인간에게 신체적 피해뿐 아니라 견디기 힘든 정신적 고통을 준다. PTSS 환자는 증상이 평생 지속될 수 있다는 연구가 있는 만큼 학생들에 대한 조기 치료가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경주=장영훈 jang@donga.com·황성호 기자
부산=최혜령 기자
#외상 후 스트레스#마우나오션리조트#부산외대#체육관 붕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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