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건이 일어나기 전날 주일미사에 참석한 후 할머니께 ‘잘 다녀오겠습니다’라고 말하던 박 라파엘라의 얼굴이 아직도 떠오릅니다.”
부산 남구 용호동 천주교 이기대성당에서 미사를 집전하던 박제명 주임신부는 눈물이 차올라 차마 말을 잇지 못했다. 잠시 정적이 흐르는 가운데 400여 명의 신자들 눈에도 눈물이 맺혔다.
경주 마우나오션리조트 붕괴사고 희생자의 첫 영결식이 20일 열렸다. 천주교 신자였던 박주현 씨(19·여·비즈니스 일본어과)의 영결식에는 그의 죽음을 애도하는 지인들과 일반 교우들이 참석했다.
박 씨의 위령미사는 ‘고통에 짓눌린 몸 일으켜주사 영원한 생명에로 인도하소서’란 가사를 담은 천주교 성가가 울려 퍼지면서 시작됐다. 박 씨의 시신이 담긴 관 옆에 서 있던 어머니와 언니는 “주현이가 원하는 데로 갔으면…”이라며 흐느꼈다.
박 신부는 박 씨의 신앙심과 그에 얽힌 추억 등을 얘기하다가 약 2분간 말을 잇지 못하고 손수건으로 눈물을 연신 닦아냈다. 박 신부뿐 아니라 수녀와 성당 관계자들도 못다 피고 진 교우의 죽음을 생각하며 눈물을 흘렸다.
박 신부는 “박 라파엘라의 소원은 ‘잠시 신앙생활을 쉬고 있는 아버지가 다시 신앙생활을 열심히 하게 해 달라’는 것이었다”며 “신앙의 삶을 살아간 박 라파엘라의 순수하고 착한 마음이 주님의 품 안에서 영원히 안식을 얻길 청해본다”고 말했다. 박 신부는 “사건이 일어난 날 오전 내 카카오톡에 주현이가 친구추천 명단에 올라왔는데…”라며 말을 잇지 못했다.
박 씨의 아버지 박규생 씨는 “부산외국어대 교직원, 학생 여러분, 너무 슬퍼하지 마십시오. 당신들 책임이 아닙니다. 제 딸이 길을 잘 찾지 못합니다. 계속 우시면 길을 잘 못 찾을 것 같아 염려됩니다”라며 오히려 참석자들을 위로했다.
이날 미사에 참석한 신도 이모 씨(55)는 “우리 성당을 다니던 교우의 갑작스러운 죽음에 깊은 애도를 표하며 박 씨가 하느님, 성인들과 함께 좋은 곳에서 행복하게 살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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