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이 정부기관의 ‘낙하산 인사’ 관행에 제동을 걸고 나섰다. 대상은 ‘경제검찰’로 불리는 공정거래위원회(공정위)다.
서울지방경찰청은 피감기관인 특수판매공제조합(특판조합) 이사장에 공정위 간부 출신이 선임되도록 압력을 넣은 혐의(직권남용 및 업무방해)로 정호열, 김동수 2명의 전 위원장을 포함해 전현직 공정위 간부 7명을 기소 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했다고 20일 밝혔다.
특판조합은 다단계 판매 과정에서 발생한 소비자 피해 보상업무를 담당하며 2002년 12월 설립됐다. 공정위는 특판조합에 대한 감사 및 감독 권한이 있고 임원 해임 및 징계도 요구할 수 있다.
경찰은 이들이 2010년과 2012년 특판조합 이사장 선임 과정에서 공정위 고위 간부가 선정되도록 압력을 행사한 것으로 보고 있다. 공정위는 정기인사를 앞두고 위원장의 지시를 받아 퇴직을 앞둔 인사 가운데 한 명을 이사장 후보로 정해 놓았다. 이어 공정위 중간 간부들은 특판조합 관계자와 전화 통화, 회의, 보고 등을 할 때 “(대상자가) 괜찮은 사람이다” “적임자이니 신경 써 달라”는 취지의 말을 전달했다. 특판조합 관계자들은 경찰에서 “감독기관인 공정위 간부들의 ‘조언’을 거절하기 어려웠다”고 진술했다.
실제 이런 과정을 거쳐 2012년에는 공정위 요구대로 신호현 전 국장이 이사장으로 선임됐다. 다만 2010년에는 공정위 추천인사가 아닌 김선옥 전 공정위 부위원장이 특판조합 이사장이 됐다.
이에 대해 공정위 간부들은 경찰에서 “관행에 따라 위원장 결재를 받아 이사장 후보를 정해 조합에 추천한 것일 뿐 부당한 압력을 행사하지는 않았다”고 진술했다. 두 전직 위원장도 이달 초 이뤄진 경찰의 출장조사에서 “단순히 적임자를 추천했을 뿐”이라며 혐의를 부인했다.
일단 경찰은 공정위의 특판조합 ‘낙하산 인사’를 불법으로 판단했다. 그러나 앞으로 검찰 수사를 거쳐 실제 기소까지 이뤄질지는 미지수다. 외압의 불법 기준이 애매한 데다 이를 입증할 자료도 충분치 않기 때문이다. 경찰은 수사과정에서 공정위에 대한 압수수색을 검토했으나 무산됐고 임의제출을 요구했으나 공정위는 이마저도 거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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