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젠 2018 평창]불모지 개척한 ‘빙판의 우생순’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2월 2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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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와∼ 男팀추월… 오호∼ 女컬링… 막판까지 감동 레이스
연습장 2개… 빈약한 선수층
올림픽 첫 출전서 기적의 8위… 초등생도 “사인해달라” 인기 실감

여기저기서 카메라 플래시가 터졌다. “와” 하는 함성도 쏟아졌다. 이런 환대는 아마 처음인 것 같았다. 한때 태릉선수촌에 들어갈 수 없어 모텔에서 잠을 자며 분식집 배달 음식으로 허기를 채우지 않았던가. 소치 겨울올림픽 출전을 마친 컬링 여자대표팀 선수들이 귀국한 22일 인천공항 입국장이었다. 정영섭 컬링 감독과 주장 김지선(27), 엄민지(23) 이슬비(26) 김은지(25) 신미성(36)이 영광의 주인공으로 돌아왔다.

컬링 대표팀은 53개국과 경합해 10개국이 출전한 올림픽 본선에 사상 처음 나선 것 자체가 뉴스였다. 3승 6패로 8위라는 성적표는 크게 중요하지 않았다. 평균 10%가 넘는 TV 시청률을 보이며 ‘빙판의 우생순’으로 화제를 뿌렸다. 정 감독은 “컬링을 워낙 모르다 보니 선수 확보에 큰 어려움을 겪었다. 어떤 운동인지 일일이 설명하기도 힘들었다. 올림픽을 통해 인지도가 올라간 게 큰 수확”이라고 했다.

정 감독과 선수들은 제대로 쉴 틈도 없이 이날 공항에서 300km 넘게 떨어진 경북 의성으로 내려가 오후 11시 30분부터 40분 동안 전국겨울체육대회 공식 훈련까지 했다. 몸은 무겁고 눈꺼풀이 내려왔지만 선수들의 함성은 크기만 했다. 23일 오전 이들은 경기도청 소속으로 준준결승에서 숭실대를 꺾었다. 40∼50석의 관중석을 갖춘 경기장에서는 선수와 컬링 관계자들이 대표 선수들의 플레이를 유심히 지켜봤다. 초등학생 선수들은 “사인 좀 해주세요”라며 쫓아다녔다.

인기를 실감한 대표팀의 시선은 벌써 4년 뒤 평창 겨울올림픽을 향하고 있다. 치열한 올림픽 티켓 경쟁을 거쳤던 소치 때와 달리 주최국으로 본선 자동 출전권을 부여받기에 체계적으로 본선 무대에 집중할 수 있다. 정 감독은 “현재 국내 컬링 연습시설은 2개(태릉, 의성)뿐이지만 2017년 진천 제2선수촌에 훈련장이 완공될 계획이고 경기도청도 연습구장 건축을 추진하고 있어 희망적”이라고 기대감을 밝혔다. 무엇보다 소치 올림픽에서 거둔 자신감과 국민적인 성원은 큰 힘이 된다. 이슬비는 “국민들의 사랑에 감사드린다. 지금의 관심이 순간이 아니라 지속적으로 이어졌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정 감독은 “체력을 보강하고 올림픽 수준에 맞는 빙질을 갖춘 연습장에서 충분히 훈련해 메달에 도전하겠다”고 각오를 밝혔다.

김종석 기자 kjs0123@donga.com
#컬링#소치 올림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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