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씨 아버지가 ‘아들 北보위부 일 한다’ 말해”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2월 24일 03시 00분


유씨 가족과 동거했던 신고자 인터뷰
“탈북자 위장해 南서 잘산다 밝혀…
간첩행위 전화로도 가능한건데 北 갔었는지만 따지는게 답답”

“간첩 노릇을 한 것이 (특정 날짜에) 북한과 중국의 국경을 넘어갔는지와 도대체 무슨 상관인가요?”

이른바 ‘서울시 공무원 간첩사건’으로 기소된 유우성 씨(34)의 아버지, 여동생과 북한 함경북도에서 2010년 5개월 남짓 동거했던 A 씨. 21일 동아일보 기자와 만나 이 사건이 ‘증거조작 의혹’으로 번진 것에 대해 답답함을 토로했다. 40대 탈북 여성인 그는 이 사건의 최초 신고자다.

○ 위조 논란, ‘간첩 행위’ 사건 본질 흐려

A 씨는 출입경 기록 하나만으로 유 씨가 간첩 행위를 했느냐 안 했느냐를 가늠하려는 것에 대해 불만을 표시했다. “(간첩 행위는) 다른 사람을 통하거나 전화로도 할 수 있다”면서 “출입경 기록이 맞지 않는다는 둥 시비를 하는데 어이없다”고 말했다.

실제 “유 씨가 중국에서 많이 사용하는 ‘QQ메신저’로 여동생 유가려 씨(27)를 통해 탈북자 명단을 북한 보위부에 전달했다”고 검찰이 기소한 것에 대해 유 씨 측은 “QQ메신저를 사용한 적이 없다”고 반박했다. 그러나 수사 과정에서 명단이 전달된 시점에 여동생과 이 메신저로 화상 통화를 한 사진이 나오기도 했다.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과 민주당이 “공안당국이 출입경 기록을 조작했다”고 의혹을 제기하는 것에 대해 A 씨는 “우습다는 생각이 든다. 탈북자로 위장해서 들어온 애를 감싸고 있는데 그런 데 신경 쓰지 말고 여기서 적응하지 못해 자살하고 심지어 북한에 다시 들어가는 탈북자들에게나 관심을 줬으면 좋겠다”고 비판했다.

○ 유 씨 아버지 “아들이 보위부 활동 중”


A 씨는 탈북해 2011년 남한에 들어온 뒤 북한에서 직접 듣고 본 유 씨의 활동이 ‘나쁜 짓’이었음을 알게 됐다고 했다. “나를 받아준 대한민국에 해가 되는 일인 걸 알고 여러 날 고민하다가 신고했다”고 했다.

A 씨는 “(유 씨의) 아버지가 어느 날 ‘아들이 회령시 보위부 일을 하고 있다. 조만간 가족들도 아들처럼 탈북자로 (위장해) 남한에 들어가려고 하는데 함께 가지 않겠느냐’고 제의해 ‘그러겠다’고 답했다”고 말했다. 또 여동생도 “오빠가 탈북자로 위장해 서울의 큰 대학을 졸업하고 사회생활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특히 A 씨는 “유 씨가 남한에서 화교라는 게 드러나 체포된 적이 있는데, 보위부 소속 지도원이 ‘북한에서 태어나 자랐다’는 신분증을 위조한 뒤 남한으로 보내 위기를 모면했다”고 말했다. 유 씨의 아버지가 보위부 사람들을 몰래 만났고 정체 모를 돈뭉치를 수시로 마련해 사용한 정황도 검찰과 공안당국에서 진술했다. A 씨는 “북한에서 들은 대로 유가려가 한국에 올 시점을 제보했고 국가정보원이 정확히 그때 체포했는데 내가 거짓말하는 것이냐”고 반문했다.

최우열 기자 dnsp@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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