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 연비는 ‘연료 1L당 주행거리 비율’의 준말로 클수록 좋다. 에너지관리공단 홈페이지에 따르면 2014년 2월 현재 국내 시판되는 차량 중 연비가 가장 좋은 차는 푸조의 하이브리드 자동차인 208 1.4e-HDi 5D로 21.1km다. 도요타의 프리우스, 시트로엥의 DS3, BMW의 320d, 현대자동차의 ‘엑센트’ 1.6디젤 수동변속기 모델이 그 뒤를 잇는다. 연비가 높은 차들은 전기와 가솔린 엔진을 같이 사용하는 하이브리드이거나 소형, 디젤, 수동변속기 승용차들이다.
▷연비 문제는 국토교통부와 산업통상자원부에 조사 권한이 있다. 국토부의 작년 조사에서 현대차의 싼타페DM R2.0 2WD가 연비 부적합 판정을 받았다. 싼타페의 공인 연비는 14.4km였지만 국토부 산하 교통안전공단이 측정한 연비는 이보다 10% 가까이 낮은 것으로 알려졌다. 허용 오차 범위 5%를 초과한 것이다. 하지만 산업부 조사에서 싼타페의 연비는 문제가 없었다. 국토부는 현대차가 이의를 제기하자 현대차가 요구한 측정 방법을 받아들여 현재 연비를 재조사하고 있다.
▷조사 결과는 내달 말 나올 예정이다. 재조사에서 연비 부적합 판정이 확정되면 싼타페DM 구매자 9만 명에게 1000억 원 이상을 돌려줘야 할 것으로 보인다. 이 경우 금전적 손실도 엄청나지만 ‘소비자를 속였다’는 이미지 추락도 예사 문제가 아니다. 현대차는 재작년 미국에서도 연비를 3%가량 부풀렸다는 판정을 받았고, 집단소송을 한 소비자들에게 3억9500만 달러를 지불하기로 합의했다.
▷산업부가 주무 부처인 에너지이용합리화법에는 연비 뻥튀기가 확인돼도 자동차 제조사가 소비자들에게 피해를 보상해야 할 의무 조항이 없다. 이 때문에 국토부는 연비 뻥튀기 피해를 제작사가 보상하도록 자동차관리법 개정을 추진하고 있다. 국토부는 입법 과정에서 산업부와의 갈등을 피하기 위해 의원 발의 형식으로 우회할 방침이다. 두 부처 간 권한 다툼에는 관심이 없다. 소비자가 ‘봉’ 노릇을 하지 않을 수 있다면 담당 부처가 무슨 상관이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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