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치 태극전사들 개선
김연아 선수로선 마지막 귀국
가족들은 공항 마중 안나오고 집에서 조촐한 은퇴파티 준비
“고마워요, 김연아 선수.”
25일 오후 인천공항 입국장에 ‘피겨 전설’ 김연아(24)가 들어섰다. 소치 겨울올림픽에 참가한 대한민국 선수단의 입국을 기다리던 시민 700여 명은 술렁거렸다. 곳곳에서 “고마워요”라는 함성이 터져 나왔다. 어리둥절한 표정을 짓던 김연아는 곧 팬들을 향해 손을 흔들었다.
올림픽을 끝으로 은퇴를 선언한 김연아에게 이날은 선수로서 마지막 귀국이었다. 김연아는 공항이라는 장소에서 자신과 피겨의 인기가 점점 커지는 것을 실감했다. 2002년 트리글라브 트로피에서 한국 선수로는 첫 우승을 했을 때도 김연아는 무명에 불과했다. 차츰 우승 트로피가 쌓여가자 공항에서 김연아를 맞이하는 관심도 늘어만 갔다. 김연아는 “나로 인해 피겨 인기가 높아지는 것이 기분 좋았다. 더 열심히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김연아는 기자회견을 앞두고 20여 분간 의자에 앉아 기다렸다. 지루한 표정을 감추지 못했지만 두리번거리며 공항 이곳저곳을 눈에 담았다. 김연아는 은퇴에 대해 “앞으로 (아이스쇼 등) 공연도 해야 하고 해서 어떤 감정적인 느낌은 없다. (은퇴가) 실감이 안 났다”고 말했다.
이날 김연아의 아버지, 언니 등 가족들은 공항에 오지 않았다. 다른 선수들의 가족이 대부분 공항에 나온 것과는 달랐다. 김연아의 가족은 그 시간 조촐하게 가족 파티를 준비하고 있었다. 김연아의 아버지 김현석 씨는 “공항에 마중을 가도 따로 볼 시간이 없기 때문에 가지 않았다. 아내(박미희 씨)도 소치에서 일찍 귀국했기 때문에 집에서 기다리면서 연아가 도착하는 대로 식사를 함께하려고 했다”고 말했다.
김 씨는 딸의 은퇴에 대해 반가운 마음이 들면서도 한편으로는 미안한 감정이 있었다. 김 씨는 “18년 동안 많은 분께 연아의 연기를 보여드렸는데 더이상 보여드리지 못해 죄송한 생각이 든다. 앞으로 다른 분야에서 더 많은 활동을 하면서 국민들이 보내준 성원에 보답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앞으로 김연아는 아이스쇼와 2018 평창 겨울올림픽 활동에 집중할 계획이다. 김 씨는 “대학원 진학에 대해서는 아직 계획이 없다. 가족여행 등 앞으로의 진로와 계획은 천천히 생각해 보겠다”고 밝혔다.
김연아는 기자회견을 마친 뒤 빠른 걸음으로 차로 이동했다. 혼잡한 인파 속에서 김연아는 “고마워요”라는 소리가 들리자 살짝 뒤를 돌아봤다. 그리고 미소를 지었다. ‘그동안 응원해 줘서 제가 더 고마워요’라는 표정으로.
유진룡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은 이날 김연아의 이름을 딴 경기장 건립에 관한 질문에 “국가기밀인데 어떻게 알았는지 궁금하다. 시설 명칭은 지금부터 함께 고민하고 합의해야 할 사안이다”라고 말했다. 김재열 대한빙상경기연맹 회장도 “김연아 선수는 한국뿐 아니라 세계적으로 실력을 인정받은 세계 최고의 스케이터다. 빙상연맹도 정부와 발을 맞춰 열심히 돕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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