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달 한번꼴 문화행사… ‘삼성 효과’에 화성 미소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2월 27일 03시 00분


[기업이 간다, 도시가 산다]<4>삼성전자 화성 반도체공장

김명숙 씨(57·여)는 지난해 12월 가족과 함께 동네에 있는 삼성전자 화성캠퍼스 스포렉스(체육관)에서 뮤지컬 ‘그날들’을 관람했다.

유명 뮤지컬 배우 강태을과 오종혁이 출연한 이 공연의 배경은 1992년과 2012년의 청와대 경호실. 20년의 시간을 넘나드는 줄거리 속에서 김 씨는 화성의 과거와 현재가 겹쳐지면서 떠올랐다. 15년 전만 해도 변변한 문화시설 하나 없던 화성에서 유명 배우들이 나오는 뮤지컬을 볼 수 있다는 것이 잠시 꿈같았다.

집으로 돌아오는 길의 주변 풍경에서도 비슷한 느낌이 들었다.

황량한 벌판이었던 곳에 생긴 삼성전자 화성캠퍼스. 대학교를 떠오르게 하는 조경에 첨단 인텔리전트 빌딩을 갖추고 있었다. 또 주변에는 아파트 단지도 들어서 있었다.

○ 식을 줄 모르는 ‘반도체 엔진’

화성은 더 이상 낙후된 농촌 지역이 아니다. 한때 화성 하면 영화 ‘살인의 추억’에 나오는 것처럼 전국을 떠들썩하게 했던 연쇄 살인 사건을 떠올리는 경우가 많았다. 하지만 지금은 ‘살인의 추억’과는 전혀 거리가 멀다.

2001년 삼성전자의 10, 11번째 반도체 생산라인이 가동되면서부터 화성은 국내에서 내로라하는 첨단 과학기술 도시로 탈바꿈했다.

지금은 ‘반도체’가 화성의 아이콘이 됐다. 2004년 삼성전자의 12, 13번째 반도체 생산라인이 들어섰고, 2006년과 2011년에는 각각 15, 16번째 라인이 생겼다.

김은향 씨(40·여)는 “화성에 프로스포츠 구단이 생긴다면 상징을 ‘반도체맨’이라고 해도 될 것이란 우스갯소리가 있을 정도”라고 말했다.

삼성전자 반도체 생산라인이 가동되면서 화성의 성장 엔진도 힘차게 뛰고 있다. 화성의 지난 10년간 연평균 지역내총생산(GRDP)은 12.9% 증가했다. 충남 당진시와 아산시 다음으로 높은 증가율이다. 경기도에서는 파주시와 함께 공동으로 가장 높은 증가율을 기록했다.

삼성전자에 따르면 화성에 있는 삼성전자 협력회사 수는 80여 개. 이를 통해 1만 명 이상의 고용이 창출되고, 연간 약 1조 원의 매출이 발생한다고 한다.

또 삼성전자는 회사에서 쓰는 각종 소모품과 구내식당용 식자재(쌀, 계란, 김치 등)를 모두 지역에서 조달하는 ‘메이드 인(Made in) 우리마을’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여기에 많은 화성 중소기업과 농민들이 도움을 받고 있다.

인구도 늘고 있다. 통계청에 따르면 2003년 23만6226명이었던 화성 인구는 2012년에는 52만 명을 넘어섰다. 10년 사이 거의 두 배 이상으로 늘어난 것이다.

아기 울음소리도 그치질 않는다. 2003년에는 2876명이 화성에서 태어났지만, 2012년에는 7657명이 태어났다. 이 기간 동안 신생아 수가 3배 가까이로 증가한 것이다.

화성시 관계자는 “지역 전체가 삼성전자 효과로 꾸준하게 성장하고 있다”며 “주민들의 삶의 만족도와 기대치도 높아지고 있다”고 전했다.

○ 반도체 덕분에 풍족한 문화생활

‘삼성전자 효과’는 경제 외적인 부분에서도 나타나고 있다.

주민들을 위해 삼성전자가 다양한 문화·복지 혜택을 제공하고 있기 때문이다.

삼성전자는 연평균 주민들을 대상으로 10개 안팎의 뮤지컬과 음악회 같은 문화행사를 제공한다. 지난해에는 총 14건의 문화행사가 삼성전자 주최로 화성에서 열렸다. 월 1회 이상 삼성전자로 인한 문화행사가 있었던 것이다.

이승옥 씨(60)는 “과거에는 문화생활 하러 서울이나 수원까지 가는 걸 당연하게 생각했지만 이제는 상황이 바뀌었다”며 “삼성전자가 들어온 뒤 화성 안에서도 문화생활을 마음껏 즐길 수 있다”고 말했다.

삼성전자 화성캠퍼스 안에 있는 체육관과 운동장은 주민들에게도 개방된다. 대형 체육 공간이 부족한 화성에서 삼성전자 체육관과 운동장은 주민들의 운동회와 노래자랑 같은 행사가 열리는 곳으로 자리매김했다.

주민들의 만족은 적극적인 감사 표현으로 나타난다. 지난해 말 삼성전자 화성캠퍼스에 찾아온 한 주민은 중견화가의 작품을 이 회사에 기증했다. 평소 삼성전자 운동장에서 자주 운동을 한다고 밝힌 이 주민은 “삼성전자 덕분에 동네가 너무 좋아져서 감사의 뜻으로 그림을 기증하겠다”고 말했다.

삼성전자는 이 그림을 주민들에게 개방하는 공간에 걸어놓을 계획이다.

장재홍 산업연구원 선임연구위원(한국지역정책학회장)은 “도시와 기업 관계가 ‘정서적인 결합’ 단계로까지 발전하면 기업의 사회공헌 활동은 물론이고, 주민들이 기업을 향해 애정을 표현하는 모습도 쉽게 찾아볼 수 있게 된다”고 말했다.

화성=이세형 기자 turtle@donga.com
#삼성#화성#반도체 공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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