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일 오전 10시 전격적으로 나온 민주당 김한길 대표와 새정치연합 창당준비위원회 안철수 중앙운영위원장의 신당 창당 합의 발표는 극도의 보안 속에 이뤄졌다. 1시간 전인 오전 9시 각각 열렸던 민주당 최고위원회의와 새정치연합 공동위원장단 회의 참석자 중 상당수도 현장에서 창당 관련 소식을 듣고 깜짝 놀랐다는 후문이다.
민주당 최재천 전략홍보본부장에 따르면 김 대표가 양측의 통합을 안 위원장에게 먼저 제안했다. 김 대표는 지난달 28일 2월 임시국회 마지막 본회의 도중인 오후 3시경 최고위원들을 여의도 메리어트호텔로 불러 기초선거 지역구 정당공천 폐지 여부에 대한 최종 의견을 들었다.
이날 비공개 최고위원회의에서 신경민 최고위원을 제외하고 다른 최고위원 모두가 기초선거 지역구 무공천 방침에 찬성했다. 김 대표는 최고위를 마친 뒤 이 같은 사실을 안 위원장에게 전화로 설명하면서 민주당과 새정치연합의 통합을 제안했다는 것이다. 민주당 관계자는 “그전부터 무공천을 밑천으로 판을 바꿔볼 생각을 하던 김 대표가 ‘이 정도 분위기라면 통합도 가능하겠다’는 마음을 굳힌 것 같다”고 전했다.
김 대표와 안 위원장은 1일 오전과 밤 두 차례 만나 통합을 논의한 끝에 밤 12시를 넘긴 2일 0시 40분경 ‘제3지대 신당’ 창당 방식으로 양측이 합치자는 것에 전격 합의했다. 1일 오전에는 김 대표와 안 위원장이 단독으로 만났다. 그러나 오후 전북 전주에서 열린 강봉균 전 의원의 출판기념회 참석차 안 위원장이 내려가야 해서 실무자 간 협의를 진행하다 밤에 다시 만나기로 했다.
어느 정도 합의 분위기가 무르익자 이날 밤 회의에서는 민주당의 최 본부장, 민병두 의원, 그리고 새정치연합 송호창 소통위원장, 조광희 인재영입팀장이 배석해서 합의문을 만들어 냈다. 오전 2시간 반, 오후 4시간 모두 6시간 반이 걸렸다.
김 대표와 안 위원장의 회동이 끝난 직후인 2일 오전 2시경 민주당은 최고위원 전원에게 휴대전화 문자메시지를 보내 ‘오전 9시 최고위원회의 개최’를 통보했다. 새정치연합도 민주당과 같은 시간에 공동위원장단 회의를 고지했다.
결국 이 시점까지 민주당과 새정치연합이 통합에 합의했다는 사실을 안 것은 김 대표와 안 위원장을 포함해 양측 각각 두세 명 정도였다. 민주당이 취재진에게 배포한 ‘양측 통합과정 주요 일지’ ‘야권 재구성 관련 당 대표 발언 정리’ ‘김대중 전 대통령 어록’ 등 보도 참고자료 4건도 대표비서실이 아닌 최 본부장이 직접 정리했다.
2일 신당 창당 합의 발표 직전 민주당 김관영 비서실장, 노웅래 사무총장, 이윤석 수석대변인이 당 중진 및 상임고문단에 합의 사실을 나눠서 통보했다. 이 때문에 이날 오전 10시에 국회에서 국가정보원 개혁특위 관련 기자간담회가 예정돼 있던 정세균 전 대표는 오전 9시 반에 긴급히 일정을 취소했다.
한편 김 대표는 1월경 우원식 최고위원에게도 새정치연합과의 통합 가능성을 타진해 보라고 지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우 최고위원에 따르면 김 대표의 말을 듣고 송호창 위원장과 수차례 만나 통합에 관한 논의를 했고, 기초선거 무공천을 전제로 한다면 통합 논의가 가능하다는 답신을 들었다. 우 최고위원은 이 같은 내용을 지난달 28일 비공개 최고위원회의에서 김 대표에게 전달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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