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엔 ‘우크라 쇼크’… 원자재값 치솟고 신흥국 통화 급락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3월 4일 03시 00분


정치 불안에 글로벌시장 요동

세계경제에서 이렇다 할 존재감이 없던 중앙아시아의 소국 우크라이나가 글로벌 금융시장에 한바탕 회오리를 몰고 왔다. 신흥시장은 연초 미국의 양적 완화 축소를 계기로 동시다발적인 금융 불안에 시달리더니 이번에는 우크라이나와 태국 베네수엘라 등 정치 불안이 극심한 나라들을 중심으로 두 번째 쇼크를 겪고 있다.

3일 코스피는 1,964.69로 전 거래일 대비 0.77%(15.30) 하락한 채 장을 마쳤다. 일본 닛케이평균주가도 1.27%(188.84) 급락한 14,652.23엔으로 마감했다. 우크라이나 사태 등으로 안전자산인 엔화 가치가 상승해 일본 증시의 하락률이 더 커졌다.

이날 국제금융시장에서 천연가스, 금, 원유 등 원자재 가격은 치솟고 신흥국 통화가치는 일제히 하락세를 보이며 극심한 불안감을 반영했다.

○ 유로존 타격 불가피

우크라이나의 국내총생산(GDP) 규모는 지난해 기준 세계 57위(1755억 달러)다. 러시아를 제외한 다른 나라와의 교역 규모가 크지 않고 해외 금융기관에서 받은 대출도 미미하다.

하지만 경제력과 무관하게 우크라이나는 지정학적으로 큰 의미를 갖고 있다. 일단 지리적으로 서방국들과 러시아 사이에 끼어 있고, 원유 천연가스 등 에너지 이동통로로서 중요성이 높다. 러시아는 유럽 전체 수요의 4분의 1에 해당하는 천연가스를 판매하고 있으며 이 중 절반가량이 우크라이나 가스관을 지난다.

이 때문에 우크라이나에 친서방정권이 들어선 뒤 러시아가 군대를 파견하면서 일촉즉발 상황이 되자 유럽경제는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다. 하이투자증권의 박상현 연구원은 “우크라이나 사태로 천연가스 가격이 급등하면 유럽 실물경제에 큰 타격이 올 수 있다”고 말했다.

러시아에 대한 영향은 더 크다. 러시아 루블화는 이미 올 들어 10% 안팎 폭락한 상태다. 국제 금융계는 러시아가 전쟁에 휩쓸리거나 서방에서 경제 제재를 당한다면 금융시장이 더 큰 타격을 받을 것으로 보고 있다. 러시아 경제는 원자재 가격 하락으로 연 1∼2%의 저성장을 겪고 있다.

우크라이나 경제도 거의 무너질 위기에 처해 있다. 신용평가사들이 매긴 신용등급은 디폴트(채무불이행) 단계에 근접했고 외환보유액도 150억 달러 안팎으로 부족한 상황이다. 국제금융센터는 “이번 사태로 폴란드와 헝가리 등 인접국으로 위기가 전염될 가능성이 크다”며 “태국 베네수엘라 등의 정치 불안이 의외로 국제금융시장에 큰 반향을 일으킬 수 있다”고 분석했다.

○ “상황 장기화될 가능성 커”

러시아 전문가들은 우크라이나 사태가 장기화될 가능성이 높다고 예상하고 있다. 고재남 국립외교원 교수는 “이번 사태는 동쪽으로 영향력을 확장하려는 유럽연합(EU), 북대서양조약기구(NATO)와 정치 경제 공동체인 ‘유라시아연합’을 확장하려는 러시아 세력이 우크라이나에서 맞닥뜨린 것”이라며 “우크라이나의 지정학적 위치를 고려할 때 어느 한쪽도 양보하려 하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러시아에서 가스를 수입하는 유럽 경제의 타격이 불가피할 뿐만 아니라 우크라이나가 세계적인 밀 옥수수 생산국이라 세계 곡물 가격이 크게 오를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유재동 jarrett@donga.com·이원주 기자
#우크라 쇼크#우크라이나#신흥국 통화#글로벌 금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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