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6일 오후 강원 춘천시 사북면 고탄리 마을공동커뮤니티센터 2층. 고즈넉한 마을 풍경과 달리 이곳은 40여 명의 학생으로 북적였다. 학생들은 그룹별로 나뉘어 과학 창작활동을 하거나 자신의 사진을 활용해 명패를 만들고 있었다. 그룹에 속하지 않은 학생들은 자유롭게 뛰어놀거나 책을 보며 시간을 보냈다. 이들은 센터 인근의 송화초등학교 학생들. 학교 수업을 마친 뒤 지역아동센터와 별빛산골교육센터가 진행하는 방과 후 프로그램에 참여한 것이다.
송화초교 역시 다른 시골 학교들처럼 폐교 위기를 겪었다. 이농 현상으로 2010년 마을 학생이 14명까지 줄어들었다. 그러나 같은 해 수도권 학생 4명이 산촌유학을 온 뒤 매년 학생이 증가하면서 자연스럽게 폐교 위기에서 벗어났다. 2012년 29명, 지난해 45명에 이어 올해는 50명이 넘을 것으로 전망된다.
송화초교의 변화는 2010년 지역 주민들이 별빛산골교육센터를 만들면서 시작됐다. 폐교 위기를 넘길 방법을 찾던 중 일본에서 산촌유학이 유행하고 있다는 사실에 착안해 이를 도입한 것. 방학 기간에 도시 아이들을 대상으로 캠프를 열고 산촌유학의 장점을 알렸다. 2011년 13명, 2012년 22명, 2013년 26명이 산촌유학을 했다.
산촌유학생들은 마을 농가에서 홈스테이를 하며 학교 생활을 한다. 지난해의 경우 한 농가에 2, 3명씩 10개 농가에서 지냈다. 부모와 떨어져 지내는 것이 쉽지 않지만 마을 주민들이 부모 역할을 대신하는 덕분에 쉽게 적응한다. 이곳 아이들은 학원, 휴대전화, 컴퓨터 게임이 없는 ‘3무(無)’ 생활을 한다. 그 대신 방과 후 활동으로 농사짓기, 썰매 타기, 목공예, 바느질, 요리 등 다양한 체험을 하고 있다. 어린이회장을 지낸 올해 졸업생 김다빈 양(13·서울 관악구)은 5, 6학년 2년간을 이곳에서 지냈다. 김 양은 “도시에서 느낄 수 없었던 자유로움이 좋았다”고 말했다.
학생이 늘면서 경쟁력도 생겼다. 도교육청은 지난해 교실 4칸과 급식소를 지어줬다. 또 ‘작은 학교 희망 만들기 모델학교’로 선정돼 모든 학생이 바이올린을 배우는 특성화 교육이 가능해졌다. 이곳 학생들은 겨울을 제외하고 학교 앞 동산과 연못 주변을 15분가량 산책하는 것으로 하루를 시작한다. 지난해 송화초교의 학급당 학생 수는 7.5명, 교사 1인당 학생 수는 6.4명으로 도시 학교에 비해 여건이 좋다.
학생이 늘어나자 마을도 활기를 띠고 있다. 마을 아이들에게는 새 친구가 생겼고 주민들은 홈스테이를 통해 하숙비 명목의 부수입을 올린다. 윤요왕 별빛산골교육센터장(42)은 “예전에는 마을에서 웃음소리를 들을 수 없었다. 산촌유학을 통해 학생이 늘어나고 교육 환경이 좋아졌다. 이제는 웃음소리가 매우 크게 들린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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