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정복 출마로 판 커진 인천… 본선보다 뜨거운 경기 경선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3월 5일 03시 00분


[얽히고설키는 6·4 대진표]

장관 vs 현직시장 맞대결 여부 관심

6·4지방선거에 출마할 공직자 사퇴 시한(6일)을 앞두고 여야 대진표가 윤곽을 드러내고 있다. 야권 통합신당은 곳곳에서 민주당 출신과 안철수 신당 측 후보의 교통정리 여부로 진통을 겪을 것으로 보인다.

박근혜 대통령의 최측근인 유정복 안전행정부 장관이 4일 출마를 선언하면서 인천시장 선거판도 흔들리고 있다. 이번 지방선거 장관 차출 1호다. 유 장관이 새누리당 후보가 될 경우 민주당 소속 송영길 인천시장과의 승부는 필연적으로 박 대통령에 대한 중간평가 프레임으로 급변할 것으로 예상된다.

유 장관이 이날 20년 전 군수로 공직을 시작한 김포에서 출마 선언을 하며 내건 일성(一聲)도 비슷했다. “박근혜 정부의 성공을 위해 인천시장으로 출마하라는 정치적 명령을 외면할 수 없는 상황이다.”

그는 지난 주말 박 대통령과 만나 출마 의사를 밝혔고 대통령도 이를 수용한 것으로 전해졌다. 당초 경기지사 출마를 염두에 뒀던 유 장관은 당에서 인천 출마를 요청하자 마뜩잖아 했지만 당의 거듭된 요청에 마음을 바꾼 것으로 전해졌다. 유 장관은 휴가 중인 4일 국무회의와 대법관 임명장 수여식에 참석해 마지막 장관 일정을 진행했다.

친박 내부에서는 지난달 25일 인천시장 출마를 선언한 이학재 의원과의 교통정리 여부가 관심이다. 두 사람은 친박 핵심으로서 남다른 인연으로 얽혀 있기 때문이다. 유 장관이 2010년 8월 농림수산식품부 장관으로 임명되자 박 대통령에게 비서실장 후임으로 이 의원을 추천할 정도로 두 사람은 가까운 사이다. 유 장관은 자신처럼 인천 서구청장 출신인 이 의원을 각별히 아꼈다. 유 장관 출마로 황우여 대표 차출론은 정리됐다. 같은 당 박상은 의원도 출마를 고심 중이다.
野 김상곤-與 남경필, 앞다퉈 출마선언

수도권의 핵심축인 경기지사 선거에는 남경필 의원과 김상곤 경기교육감이 출마 의사를 밝히면서 단숨에 최대 격전지로 떠올랐다. 이미 출마를 선언한 새누리당 원유철 정병국 의원과 김영선 전 의원, 민주당 김진표 원혜영 의원을 합치면 경기지사 여야 후보 경선이 수도권 대첩의 전초전이 될 것으로 보인다.

김 교육감은 4일 교육감직을 사퇴하고 통합신당의 경기지사 경선전에 공식적으로 뛰어들었다. 김 교육감은 “민주당과 새정치연합이 새로운 정치 지형을 만들어냄으로써 희망의 불씨를 지피고 있다”며 “저 또한 부족한 능력이나마 기꺼이 보태고자 한다”고 밝혔다. 다만 그는 경선 참여 등에 대해서는 “논의된 과정과 결과에 따르겠다”고 했다.

야권에선 안철수 의원이 직접 김 교육감 영입을 추진해 온 점을 주목한다. 그래서 서울시장은 민주당 몫으로 박원순 시장으로 후보 정리가 되는 대신 경기지사는 김상곤 후보로 정리하는 ‘지분 정리’가 이뤄질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하지만 김진표 원혜영 의원의 강한 반발로 상당한 진통이 예상된다.

남경필 의원도 5일 출사표를 낼 예정이다. 남 의원은 4일 자신이 대표로 있는 당내 연구모임인 경제민주화실천모임 소속 의원들과 간담회를 열어 경기지사 출마 결심을 내비쳤다. 그는 기자들에게 “경기도정을 통해 새 정치를 구현하는 것에 대해 의원님들과 의견을 나눴다”며 “다들 (나에게) 출마하라고 그러신다”고 말했다.

원유철 의원은 이날 황우여 대표를 만나 “경기도를 4개 권역으로 나눠 1주일 간격으로 경선을 치르자”고 건의했다.
“빅매치로 지지 상승”vs “현직 프리미엄”

서울에선 야권 통합 선언으로 민주당 박원순 시장이 사실상 단일 후보로 굳어지는 양상을 보인다. 그래서 박 시장이 이번 통합 신당 창당의 최대 수혜자라는 얘기가 나온다. 새정치연합 후보 출마로 야권 지지 세력이 쪼개질 우려가 사라졌기 때문이다. 박 시장 측은 현재 상승세를 끝까지 이어가 재선 고지를 넘겠다는 전략을 세웠다. 하지만 이번 통합에 반발하는 안철수 지지층의 이탈 움직임을 얼마나 차단할 수 있을지가 막판 변수다.

‘박원순 대항마’를 찾는 새누리당의 발걸음도 가속도가 붙고 있다. 일단 거물들의 ‘빅 매치’가 관심사다. 이혜훈 최고위원에 이어 2일 정몽준 의원이 서울시장 선거 출마를 선언했고 새누리당 후보군인 김황식 전 국무총리도 14일 미국에서 귀국하는 대로 출마를 공식 선언할 예정이다.

김 전 총리 측은 4일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구체적인 출마 선언 날짜는 김 전 총리가 귀국한 뒤 협의해 확정하겠지만 공항에서 기자들에게 (서울시장 출마 의지를) 분명하게 밝힐 것”이라고 말했다.

새누리당은 정 의원과 김 전 총리, 그리고 이 최고위원이 벌일 ‘빅 매치’를 통한 ‘컨벤션 효과’에 기대를 걸고 있다. 당장 정 의원이 출마를 선언한 직후 지지율이 급상승한 것에 대해 고무적이라는 반응이다. 또 야권 통합에 맞서 여권 지지자들의 표 결집까지 이어진다면 박 시장의 현역 프리미엄을 넘어설 수도 있을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민주당은 서울시장 선거가 양자대결 구도로 감으로써 박 시장 재선에 청신호가 켜졌다는 판단이다. 새누리당 정 의원과 서민 대(對) 재벌로 선거구도가 짜일 경우 의외로 낙승할 수도 있다는 판단을 하고 있다.

최창봉 ceric@donga.com·길진균·동정민 기자
#지방선거#인천#경기#서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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