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포털 4대 천왕 시대가 가고 ‘네톡’(네이버 라인+카카오톡) 시대가 왔다.” 5일 주식시장을 지켜본 인터넷업계 관계자들의 평가다. 이날 네이버 주가는 전날보다 3.65% 오른 85만2000원으로 장을 마쳤다. 네이버는 이날 SK하이닉스를 제치고 삼성전자, 현대자동차, 현대모비스에 이어 시가총액 4위(28조 원)에 올랐다. 지난달 20일 페이스북이 메신저 서비스 와츠앱을 인수한다는 뉴스에 8% 이상 급락했던 데서 완전히 회복됐다. 2002년 1600억 원으로 코스닥에 상장한 지 12년 만에 몸집이 170배 이상 커졌다. 》
국내 인터넷업계는 네이버, 다음커뮤니케이션, 야후, 네이트 등 4대 포털이 이끌어왔다. 하지만 야후는 일찌감치 서비스를 종료했고 다음과 네이트도 존재감이 미미해지고 있다.
한동안 성장 정체로 어려움을 겪었던 네이버가 극적으로 부활한 것은 미국의 와츠앱(사용자 5억 명), 중국의 위챗(4억6000만 명)에 이어 세계 3대 모바일 메신저로 자리 잡은 라인 덕분이라는 것이 업계의 공통된 목소리다. 특히 일본, 대만, 태국에서 라인의 인기는 우리나라 카톡과 흡사하다. 라인은 일본에서 처음 선보였지만 네이버가 100% 지분을 가진 자회사다.
시장 전망도 긍정적이다. 박재석 삼성증권 이사는 “국내 기업이 글로벌 시장에서 3억7000만 명의 스마트폰 사용자를 확보한 점이 고무적”이라며 “이와 유사한 서비스가 세계적으로 5, 6개뿐이기 때문에 미래 가치가 더 높다”고 말했다. 이 밖에도 페이스북이 최근 유럽에서 인기가 높던 와츠앱을 17조 원이라는 거액으로 인수한 점도 라인의 재평가에 힘을 실었다.
국내 스마트폰 사용자의 90%가 넘는 3500만 명 이상이 쓰고 있는 카카오톡 역시 빠르게 몸집을 키우고 있다. 카톡은 최근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열린 ‘모바일 월드콩그레스 2014’에서 콘텐츠 제휴를 넘어 금융 서비스로 발전하겠다고 언급해 주목을 받기도 했다.
카카오톡의 가입자는 1억4000만 명에 불과하지만 누적 다운로드 4억 회를 기록한 카카오게임을 비롯해 카카오페이지, 카카오뮤직, 카카오그룹 등 메신저와 연결된 여러 서비스가 메신저 플랫폼의 미래 모습을 제시한다는 평가다. 실제 카카오와 연계한 모바일 게임사들의 매출액이 지난달 총 1조 원을 넘어서며 콘텐츠 플랫폼으로 위상을 확인했다.
카카오톡을 통한 콘텐츠 지출이 늘어난 이유는 스마트폰 사용자들이 구글이나 애플의 앱 장터의 복잡한 구매 과정보다 카톡 제휴 서비스를 선호하기 때문이다. 터치 몇 번만으로 게임을 비롯한 모바일 연계 서비스를 선택할 수 있고 결제가 쉽다는 것이 장점이다.
정지훈 관동대 IT융합연구소 교수는 “PC 시대에는 야후나 구글 등의 검색엔진을 중심으로 포털산업이 성장했지만 모바일 시대에는 메시징 서비스가 그 역할을 대신하고 있다”며 “더구나 한 번 쓰기 시작하면 서비스를 쉽게 바꾸기가 어려운 것도 양 사의 전망을 밝게 보는 이유”라고 말했다.
네이버와 카카오톡이 글로벌 모바일 플랫폼 시장에서 영향력을 확대하면서 국내 모바일 콘텐츠 기업들의 해외 진출도 힘을 얻고 있다. 한 인터넷업계 관계자는 “일본에서 동남아 지역으로 이어지는 모바일 시장이 ICT 업계에서 ‘라인 로드’ ‘카톡 로드’로 불리고 있다”며 “두 회사 덕분에 해외시장 진출이 한층 수월해졌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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