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짝’ 과거 출연자들 말 들어보니 “선택받지 못할까봐 강박 시달려”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3월 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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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날엔 왕자-공주, 둘째날엔 거지”… 수시로 바뀌는 호감도에 일희일비

“선택받지 못하면 ‘내가 그렇게 못났나’라는 자괴감에 빠져 나를 되돌아보게 되더라고요.”

A 씨(29·여)는 5일 동아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지난해 SBS 예능프로그램 ‘짝’에 출연했을 당시를 이렇게 기억했다. 짝은 남자 6, 7명과 여자 4, 5명이 6박 7일 동안 한곳에 지내면서 서로 마음에 드는 짝을 찾아나가는 프로그램이다. A 씨는 추억으로 삼으려는 가벼운 마음으로 출연했지만 출연자들의 경쟁이 치열해질수록 초조함이 커져갔다. 촬영을 시작하면 세상 남자가 출연자밖에 없다는 착각이 들면서 ‘꼭 선택받아야 한다’는 강박관념에 빠졌다고 한다.

이 때문에 제주 서귀포에서 짝을 촬영하던 출연자 전모 씨(29·여)가 최종 선택 촬영을 앞둔 5일 새벽 스스로 목숨을 끊은 것에 대한 의혹이 커지고 있다. SBS 박두선 CP는 “출연자들끼리 마찰이나 갈등이 있다는 얘기는 듣지 못했다”고 말했다.

동아일보 취재팀이 5일 짝에 출연한 경험이 있는 5명과 인터뷰한 결과 이들은 “상대에 대한 이성적인 감정을 떠나 선택을 받지 못하면 상처받을 거란 두려움을 안고 촬영했다”고 입을 모았다. 짝은 촬영 첫날 서로를 전혀 모르는 남녀들이 외진 펜션 등에 모여 첫인상만으로 상대를 선택하면서 시작된다. 둘째 날 오전에야 남녀 출연자들이 학력과 직업, 나이 등을 소개한 뒤 다시 마음에 드는 이성을 선택해 도시락을 함께 먹고 데이트를 하는 식으로 진행된다. 서로의 스펙이 공개되면 호감도가 급격히 달라져 출연자들의 희비가 엇갈리기 시작한다는 게 출연자들의 공통된 전언이다. 한 30대 남성 출연자는 “첫날에는 왕자가 됐다가 둘째 날에는 거지가 되기도 한다”고 말했다.

선택받지 못한 남녀는 혼자 밥을 먹거나 다른 커플이 데이트하러 나갈 때 숙소에 남아 있어야 한다. 출연자들은 방송에 얼굴과 신상이 공개되기 때문에 ‘선택받지 못한 자’가 되지 말아야 한다는 부담감을 안게 된다. 지난해 말 출연한 B 씨(30·여)는 “함께 출연했던 여성은 6박 7일 동안 단 한 번도 선택받지 못해 촬영 중에 두 번이나 대성통곡을 했다”며 “처음 봤을 땐 씩씩한 성격이었는데 촬영이 이어질수록 소극적으로 위축돼 안타까웠다”고 말했다.

지난해 출연자 C 씨(29·여)는 “나만 바라보겠다던 남자가 다음 날 다른 여자와 웃으며 데이트하고 있는 걸 보고 마음에 상처를 받았다”고 말했다. 마지막 날 최종 선택을 마치면 구애를 받아주지 않은 출연자 사이에 앙금이 생기기도 한다.

이번에 숨진 출연자 전 씨에 대해 제작진이 꼼꼼히 챙겼어야 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짝 제작진은 출연 희망자를 사전 인터뷰한 뒤 최종 출연자를 결정하는데 대부분 결혼관이나 이상형, 부모와 본인 직업 등만 묻는다고 한다. 한 여성 출연자는 “작가 2명과 20∼30분 인터뷰했는데 결혼정보회사가 할 법한 질문만 했다”며 “제작진이 사전 인터뷰 때 내면의 심리상태까지 파악하려는 노력을 했어야 했다”고 말했다.

조동주 djc@donga.com·박훈상·박성진 기자
#짝#자괴감#애정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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