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참 얄궂네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3월 6일 03시 00분


[야권 통합신당 후폭풍]

6·4 지방선거 출마를 놓고 오랜 세월 정치적 동지로 손잡았던 중진의원들의 인연이 악연(惡緣)으로 뒤바뀌는 모습이다.

장고하던 새누리당 남경필 의원(5선)이 5일 오전 경기지사 출마를 선언했다. 하지만 선언 장소가 문제가 됐다. 국회 최고중진연석회의 자리였는데 이곳에는 앞서 경기지사 출마를 선언한 정병국 의원(4선)이 있었다.

발언 기회가 오자 자리에 선 남 의원은 “당의 요청과 도민의 목소리를 외면할 수 없었다”며 “제 모든 것을 걸고 정정당당하게 승리하겠다”고 했다. 정 의원도 박수를 쳤지만 씁쓸한 표정까지 감출 수는 없었다.

이후 발언 기회를 얻은 정 의원은 “당의 중진 차출론에 대해 진정성이 의심된다는 말이 나오고 있다”고 했다. 남 의원을 겨냥한 뼈 있는 발언이다. 정 의원은 회의가 비공개로 전환되자 회의 도중 자리를 뜬 것으로 전해졌다.

두 사람은 원희룡 전 의원과 함께 ‘남원정’으로 불릴 정도로 가까웠던 소장파 3인방. 이제 경기지사 후보 경선을 두고 치고받는 승부를 벌이게 된 것이다. 정 의원은 한 방송에서 “처음에 나보고 도지사 나가라고 했던 사람도 남 의원이었다. 조금 거북하다”고 비판했다.

민주당에선 전남도지사 후보를 둘러싸고 이낙연(4선), 박지원 의원(3선)이 충돌했다.

이 의원은 5일 전남도청 기자실을 찾아 “박 의원은 ‘민주당 후보가 안철수 신당 후보를 이기지 못한다면 내가 나설 수 있다’는 이른바 중진 차출론을 수도 없이 반복해놓고 민주당과 안철수 신당이 통합하기로 한 뒤에는 이를 해괴한 논리로 뒤집고 있다”고 비판했다. 박 의원이 전날 전남도청 기자실에서 “전남도지사 출마 얘기는 하지 않았는데도 지지를 보내주니 책임을 강하게 느낀다”고 한 것에 반격을 가한 것.

이 의원은 김대중(DJ) 전 대통령이 야당 총재 시절 오랫동안 DJ를 취재한 기자였고, 박 의원은 DJ의 곁을 내내 지켜, 두 사람은 20년 가까이 각별한 친분을 나눠온 사이다. 이 의원은 지난해 일찌감치 도지사 출마를 선언했지만 박 의원이 각종 인터뷰를 통해 “안철수 바람을 막아낼 나와 같은 중진 차출이 필요하다”며 출마를 시사하자 관계가 묘해졌다. 이 의원은 “나도 중진이며, 차출은 바람직한 용어도 아니다”라는 반박 성명을 내기도 했다.

강경석 coolup@donga.com·길진균 기자
#야권 통합#민주당#새누리당#지방선거#새정치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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