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 김한길 대표와 새정치연합 안철수 중앙운영위원장이 9일 국회에서 공동 기자회견을 열었다. 의사들의 집단휴진을 자제하고, 국가정보원의 증거 조작 의혹에 대해서는 특별검사 도입을 각각 요구했다. 통합신당 창당 선언 이후 주요 현안에 대해 함께 목소리를 낸 것은 처음이다.
김 대표와 안 위원장은 기자회견에서 “어떤 명분도 정당한 요구도 환자의 건강과 생명에 우선할 수는 없다”며 의료계의 집단휴진 자제부터 호소했다. 이어 여야와 정부가 참여하는 ‘의료공공성 강화와 의료제도 개선을 위한 협의체’ 구성도 제안했다.
두 사람이 ‘국정원의 증거 조작 논란’보다 ‘의료계의 집단휴진 자제’를 기자회견의 제1 안건으로 내세운 것은 주목할 만하다. 통합신당이 ‘민생 정치’에 주력한다는 의지의 표현이라는 설명이다. 김 대표와 안 위원장은 8일 ‘세계 여성의 날 기념행사’에 참석해 공동기자회견에 합의하면서 의료계 파업 문제부터 다루기로 뜻을 모았다고 한다.
이들은 국정원의 증거 조작 논란에 대해선 “국가 안보와 외교 관계에까지 심대한 불안을 초래하고 있다”며 “박근혜 대통령은 단호한 조치를 취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와 함께 박 대통령과 새누리당에 기초선거 정당공천 폐지 약속을 이행하라고 거듭 촉구했다.
이날 회견은 시작부터 어수선했다. 민주당이 기자회견장에 걸어놓은 플래카드에 ‘국정원 간첩 조작’이라고 적힌 문구가 문제가 된 것이다. 일부에서 ‘간첩 조작’이라고 명시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급하게 민주당 당직자가 플래카드에 ‘국정원 증거 조작’이라고 문구를 수정한 종이를 덧붙이는 해프닝이 벌어졌다. 이 때문에 기자회견은 예정된 오전 11시에서 10분 정도 늦게 시작됐다.
민주정책연구원 원장인 변재일 의원은 “(간첩사건 피고인인) 유우성 씨가 간첩일 수 있다는 점을 부정하지 않으면서도 증거 조작 의혹을 강조하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민주당 일각은 플래카드 책임자인 박용진 홍보위원장이 꼼꼼하게 챙기지 않아 실수가 벌어졌다면서 “민주당이 알아서 고쳤다”고 강조했지만 새정치연합 측 관계자는 “우리가 지적했다”고 다르게 설명했다. 이질적인 두 세력이 화학적 결합에 이르는 과정이 순탄치 않을 것이라는 점을 보여준다.
이날 회견 직후 김 대표와 안 위원장은 국회 앞 설렁탕집에서 오찬 간담회를 열었다. 김 대표는 기자들의 첫 질문에 대한 답변을 안 위원장에게 양보했고, 안 위원장은 “양측 실무선에서 논의가 잘 진행되고 있다”고 말했다. 양측의 불협화음을 지우려는 노력이 역력해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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