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게 궁금해요]값비싼 고용량 비타민C, 피로해소 효능 부풀려져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3월 10일 03시 00분


Q. “고용량 비타민C 정말 몸에 좋은가요?”

―직장인 이기쁨 씨(29·경기 성남시 분당구)

배우경 분당서울대병원 가정의학과 교수
배우경 분당서울대병원 가정의학과 교수
A. 최근 고용량 비타민C(1000mg 이상) 알약을 주기적으로 섭취하는 사람들을 쉽게 볼 수 있습니다. 하루 한 알씩만 섭취하면 피로도 풀리고, 피부 노화도 방지하고, 심지어 각종 암까지 예방할 수 있다고 소문이 났기 때문이죠. 덕분에 한 대에 5만 원이 넘는 고용량 비타민C 정맥주사를 ‘만병통치약’이라고 부르며 병원을 찾는 이들도 생겨났습니다.

하지만 고용량 비타민C의 효능은 사실 부풀려진 감이 적지 않습니다. 실제로 저는 2012년 직장인들을 상대로 고용량 비타민C 약물의 피로 해소 효과를 실험해 봤습니다. 그 결과 평소 비타민C 섭취량이 일일 권장량(75∼100mg)에 훨씬 못 미치는 피험자에게선 피로감이 줄어들었지만, 그렇지 않은 사람들에게서는 별다른 피로 해소 효과를 볼 수 없었습니다. 평소 충분한 양의 비타민C를 섭취하는 사람들은 굳이 고가의 비타민C 제품을 섭취할 필요가 없다는 결과죠.

사실 비타민C는 물에 잘 녹는 수용성 비타민이므로 섭취한 지 하루만 지나도 우리 몸에서 모두 빠져나갑니다. 즉 고용량 비타민C 알약을 먹거나, 주사 한 방을 맞았다고 노화 현상이 멈추는 건 아니라는 거죠. 20년이 넘는 긴 시간 동안 실험을 했지만 아직까지 고용량 비타민C를 섭취했을 때 노화가 개선됐다는 확실한 연구 결과도 없습니다.

오히려 비타민C를 과하게 섭취하면 부작용이 더 큽니다. 가장 흔한 건 위장 장애입니다. 위장의 산도가 높아지면 심한 속쓰림, 구역질, 구토 증상이 나타납니다. 또 비타민C 중 일부가 콩팥(신장)결석의 주요 성분인 옥살산을 만들기도 합니다. 드물게는 적혈구를 파괴해 빈혈이 심해지는 경우도 있으므로 빈혈 환자는 고용량 비타민C를 섭취하지 말아야 합니다.

배우경 분당서울대병원 가정의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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