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륙 50분만에 SOS 없이 사라져… 공중폭발에 무게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3월 10일 03시 00분


[말레이시아 여객기 바다 추락]
239명 탑승, 한국인은 없어
도난여권 사용자 2명 외에 유럽여권 소지자 2명도 조사
美국방부 “해당 상공 폭발 없었다”… 기체결함-조종실수도 배제 못해

사고해역에 기름띠 수색팀이 9일 말레이시아 북부 켈란탄 주에서 약 100해리(185.2km) 떨어진 해상에서 발견한 긴 기름띠. 사진 출처 뉴욕타임스 홈페이지
사고해역에 기름띠 수색팀이 9일 말레이시아 북부 켈란탄 주에서 약 100해리(185.2km) 떨어진 해상에서 발견한 긴 기름띠. 사진 출처 뉴욕타임스 홈페이지
8일 승객과 승무원 239명을 태우고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를 떠나 중국 베이징(北京)으로 향하던 말레이시아항공 소속 보잉 777-200(MH370편) 여객기가 이륙 50분 만에 실종됐다. 말레이시아 당국은 여객기가 테러 공격을 받아 추락했을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수사를 벌이고 있다. 탑승자 전원이 사망한 것으로 확인되면 2001년 11월 12일 미국 뉴욕 JFK공항 인근에 추락해 탑승객 260명 전원이 사망한 아메리칸에어라인 추락사고 이후 최악의 항공 참사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사고 여객기는 8일 오전 1시 31분경 아무런 비상 신호도 보내지 않고 갑자기 레이더에서 사라졌다. 여객기에는 중국인(대만인 1명 포함) 154명과 말레이시아인 38명, 미국인 3명 등 14개 국가의 승객들이 타고 있었으며 한국인 탑승객은 없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당국은 도난 여권을 사용해 탑승한 승객 2명이 함께 비행기표를 구입한 사실을 확인했다. 이들은 이탈리아 및 오스트리아 국적의 여권을 갖고 탑승했지만 이 여권의 실제 소유자들은 각각 지난해 8월과 재작년에 말레이시아와 태국에서 분실 신고를 한 것으로 밝혀졌다. 도난 여권을 사용한 2명은 중국 난팡항공에서 함께 항공권을 예약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들은 또 같은 항공사에서 8일 베이징발, 네덜란드 암스테르담행 항공권도 예약했다고 AP통신이 보도했다. 유럽 여권 소지자가 72시간 동안 중국을 경유하면 비자가 면제된다.

당국은 이들이 도난 여권을 사용한 경위가 항공기 테러와 관련이 있는지 집중 조사하고 있다. 말레이시아항공 대변인은 9일 오후 “도난 여권 사용자들이 탑승 수속을 할 때부터 탑승구에 도착할 때까지의 모습을 담은 폐쇄회로(CC)TV 화면을 확보해 신원 확인에 들어갔다”고 밝혔다. 확인 작업에는 세계 최고의 안면 인식기술을 보유한 미국 연방수사국(FBI) 조사팀도 투입됐다. FBI 조사팀은 도난 여권 사용자와 국제 테러 조직원을 비교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외신들은 말레이시아 당국이 도난 여권 사용자 2명 외에도 우크라이나 국적으로 추정되는 유럽 여권 소지자 2명을 추가로 조사하고 있다고 전했다.

말레이시아 공군은 베트남 비행정보구역(FIR) 진입 직전 사라진 사고 여객기가 쿠알라룸푸르로 회항을 시도했음을 알려주는 레이더 신호를 확인하고 정밀 분석에 들어갔다. 긴급신호를 보내지 못한 점을 두고 조종실을 테러범이 장악했을 수도 있다는 추측이 나온다.

하지만 사고 여객기보다 약 30분 앞서 비행했던 말레이시아항공의 또 다른 여객기 기장은 “사고기가 실종되기 직전까지 서로 교신했는데 급박한 구조신호는 받지 못했다”고 말했다. 전 세계의 폭발 섬광을 관측할 수 있는 미국 국방부 감시 시스템도 해당 상공에서 폭발이 없었다고 말했다.

해당 여객기가 2년 전 오른쪽 날개를 수리했다는 말과 함께 기체 결함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말레이시아항공 측은 “열흘 전 정밀 검사를 받았을 때 아무 이상이 없었다”고 주장했다. 사고기 조종사는 말레이시아항공에서 33년간 조종간을 잡아 온 베테랑으로 알려졌지만 조종 과실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9일 현재 베트남 말레이시아 중국 싱가포르 필리핀 미국 등 각국이 파견한 항공기 20여 대와 선박 40여 척이 추락 가능 해역을 수색하고 있다. 수색팀은 9일 오후 늦게 말레이시아 북부 켈란탄 주의 톡 발리에서 약 100해리 떨어진 해상에서 대형 기름띠를 발견해 이 지역을 정밀 수색하고 있다.

주성하 기자 zsh75@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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