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봉식 씨(43·사진)의 꿈은 ‘배우’였다. 어릴 때부터 무대에 오르는 게 좋았다. 나와 다른 누군가로 변신할 수 있다는 게 매력적이었다. 1983년 열두 살 때 MBC 드라마 ‘3840유격대’를 통해 데뷔했다. 1990년 안양예고를 졸업한 뒤 본격적으로 배우에 도전했다. 비중 있는 배역은 아니었지만 연극 영화 드라마에 단역으로 출연하며 자신을 조금씩 알려 나갔다. 그는 작은 역할이라도 최선을 다하면 언젠가는 세상이 알아줄 거라고 믿었다. ‘연기에 귀천은 없다’는 생각에 스턴트맨까지 하다가 허리 등에 부상을 입기도 했다. 그럼에도 진정한 배우가 될 날을 기다리며 참고 견뎠다.
그러나 우 씨의 믿음과 현실은 거리가 있었다. 배우의 꿈을 이루기는 쉽지 않았다. 2007년 KBS 드라마 ‘대조영’에서 ‘팔보’ 역으로 출연한 뒤 이렇다 할 배역을 맡지 못했다. 불러주는 곳이 없었다. 결국 우 씨는 생계를 유지하기 위해 인테리어 일용직 노동자로 일해야만 했다. 그는 꿈이 멀어진다는 생각에 극심한 우울증에 빠졌다. 고향 충남 예산에 사는 몸이 불편한 어머니는 아들 걱정이 많았다. 이를 지켜보는 우 씨는 더 마음이 무거웠다. 그는 극도로 의기소침해졌고 술로 밤을 지새우는 날이 많아졌다.
결국 우 씨는 몇 해 전부터 신경정신과 치료를 받으며 약을 먹기 시작했다. 지난해 추석 직후에는 이상증세를 보이기 시작했다. 수도꼭지를 잠그지 않아 집 안을 물바다로 만들었고 벌거벗은 채 집 주위를 배회하기도 했다. 주위 사람들에게 “죽고 싶다”는 말을 자주 했다고 한다.
극도의 좌절감에 빠진 우 씨는 끝내 극단적인 선택으로 배우의 꿈을 접었다. 서울 수서경찰서에 따르면 우 씨는 9일 오후 8시경 서울 강남구 개포동의 자신의 월셋집에서 목을 맨 채 숨져 있었다. 우 씨의 친구가 “연락이 안 된다”며 주인집에 문을 열어봐 달라고 요청했고 주인집 딸이 숨진 우 씨를 발견했다. 경찰 조사 결과 우 씨는 이미 하루 전에 생을 마감한 것으로 확인됐다. 우 씨와 알고 지냈다는 한 이웃은 “마음씨 착하고 좋은 사람이었는데 ‘하고 싶은 일이 잘 안된다’며 괴로워했다. 배우로 성공했으면 좋았을 텐데”라며 안타까워했다.
댓글 0